우리나라 국민이 생애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데 평균 7.1년이 걸리며 특히 수도권에 집을 장만하려면 연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6.9년 정도를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 집에 사는 자가점유율은 57.7%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는 1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국토부가 국토연구원과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것으로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전국 표본 6만 1,275가구를 대상으로 개별 면접을 실시해 얻은 결과다. 국토부는 2006년부터 주거실태조사를 격년단위로 실시해 왔으며 2017년부터는 매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수도권, 내집 마련은 더 어려워져= 이번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내 집을 처음 마련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7.1년으로 집계됐다. 2016년 6.7년, 2017년 6.8년보다 소폭 늘었다. 생애최초 주택마련 소요연수는 가구주가 된 이후를 기준으로 분석한다.
자가 가구의 연 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 배수(PIR·Price Income Ratio)’는 전국의 경우 지난해 5.5배(중위수)를 기록해 2017년의 5.6배보다 다소 낮아졌다. 한 가구가 1년 소득을 모두 저축한다고 해도 5.5년은 모아야 자기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수도권의 PIR은 6.9배로 2017년(6.7배)보다 더 높아졌고 광역시 등(5.6배), 도 지역(3.6배) 등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주택 가격이 급등한 영향으로 분석된다”며 “지난해 9·13대책에 따른 수도권 집값 안정 효과는 조사 결과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을 빌린 임차 가구의 월 소득에서 월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인 ‘RIR(Rent Income Ratio)’은 전국 기준으로 2017년 17%에서 지난해 15.5%(중위수)로 떨어졌다.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 18.6%로 오히려 2017년(18.4%)보다 상승했다.
◇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해 줘야= 자기 집에 살고 있는 가구의 비율(자가 점유율)은 2017년과 동일한 57.7%를 기록했다. 2006년 조사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이다. 1년 사이 수도권 자가 점유율은 49.7%에서 49.9%로 소폭 올랐다. 특히 신혼부부의 자가 점유율은 2017년 44.7%에서 지난해 48%로 증가했다. 점유형태는 ‘자가’(57.7%), ‘보증금 있는 월세’(19.8%), ‘전세’(15.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자기 집을 가진 가구의 비율(자가 보유율)은 61.1%로 전년과 같았다. 수도권(54.2%), 광역시 등(63.1%), 도 지역(70.3%)에서 모두 2017년도와 변동이 없었다.
전체 가구의 평균 거주 기간은 7.7년으로 2017년(8년)보다 줄었고, 현재 집에서 산 기간이 2년 이내인 가구의 비율(주거이동률)은 36.4%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40.6%)의 주거이동률이 광역시 등(35.5%), 도 지역(30.6%)보다 높았다. 수도권에서 더 자주 이사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이 밖에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중은 2017년 5.9%에서 지난해 5.7%로 줄었다.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은 31.7㎡로 2017년의 31.2㎡보다 소폭 늘었고 청년가구의 지하·반지하·옥탑 거주 비중은 같은 기간 3.1%에서 2.4%로 줄어 국민들의 주거 수준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한편 주택 보유 의식 관련 문항에서는 82.5%가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2017년(82.8%)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지만, 2014년의 79.1%와 비교하면 4년 새 3.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조사 대상 가구는 가장 필요한 주거 지원 프로그램으로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31.7%) △전세자금 대출 지원(18.8%)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13.6%) 등을 꼽았다. 이명섭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국민의 주거 수준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전히 내집 마련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