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서울포럼]라비 테크니온 공대 총장 "농업국 이스라엘, 기술강국 된 비결은 기초·응용연구 융합"

도전이 미덕·실패해도 문제 삼지 않는 '후츠파 정신' 강조

질문하면 문제아 취급·공부 잘하는 학생만 키우는 韓과 달라

페레츠 라비 테크니온공대 총장이 16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본지 주최로 열린 ‘서울포럼 2019’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호재기자페레츠 라비 테크니온공대 총장이 16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본지 주최로 열린 ‘서울포럼 2019’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16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다시 기초과학이다: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을 주제로 열린 ‘서울포럼 2019’의 두 번째 세션 강연자로 나선 페레츠 라비 테크니온공대 총장은 “응용연구와 기초연구의 융합이야말로 이스라엘이 혁신국가로 성장한 비결”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라비 총장은 지난 1995년부터 세계 최고 스타트업 육성의 산실인 이스라엘의 테크니온공대를 이끌고 있다. 이스라엘은 1인당 연구개발(R&D) 종사자 수 1위, 벤처자본 수 2위, 기업가정신지수 3위, 혁신적인 국가 순위 4위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혁신국가이다. 테크니온공대는 건국 초기 농업 중심 경제였던 이스라엘을 50년 만에 기술 기반 경제로 바꿔놓은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라비 총장이 이끄는 동안 테크니온공대에서는 공학·의학 분야에서 2,000여개의 새로운 기업이 탄생했고 10만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이 중 95개 기업이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성장했고 11곳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다. 공학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암 치료법을 제안한 바이오 업체 ‘노보큐어(Novocure)’의 경우 기업가치가 40억달러를 넘는다. 로봇 기반 척추 수술법을 개발한 ‘마조르(Mazor)’는 미국 기업에 16억달러에 팔렸다. 이스라엘의 나스닥 상장기업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데 그중 75%가 테크니온공대 졸업생이 만들거나 관리하는 기업이다.


라비 총장은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비결로 ‘후츠파(이스라엘에서 ‘담대함’이나 ‘저돌적’을 뜻하는 단어) 정신’을 꼽으면서 한국과의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핵심 DNA인 후츠파 정신은 권위에 반하는 질문을 하는 것,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드는 도전을 미덕으로 여겨 실패하더라도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며 “교육과정에서 질문하는 학생은 문제아 취급하고 시키는 공부만 잘하는 학생을 우수한 학생으로 여기는 한국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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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테크니온공대 역시 학생에게는 창의적·독립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강조하고 교수에게는 정부나 학과·학과장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궁금한 분야를 스스로 정해 기초연구를 진행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라비 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가 인용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문구는 이스라엘 건립을 주도한 초대 시온의회 지도자 우시슈킨 메나헴이 1924년 테크니온공대 개교식에서 한 기념사이기도 하다.

그는 “테크니온공대는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모두 중시한다”며 “그것이 대학의 존재 이유인 동시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은 R&D 사업화를 위한 매개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라비 총장은 “대학은 연구자가 개발한 기술을 실제로 활용하는 연결고리”라며 “이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배분받는 수익은 연구자를 자극하고 대학에는 새로운 재원이 돼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의 연결성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기초연구를 응용연구로 전환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렸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기술 발달로 빠르면 몇 주 만에 응용연구가 가능하다”며 “동전의 양면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고 이런 연결성에 익숙한 테크니온공대의 DNA가 더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비 총장은 직접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는 기업가이기도 하다. 이날 포럼에서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을 결합한 사업화 모델을 제시했다. 수면의 질에 대한 호기심에서 연구를 시작한 그는 렘수면 상태에서는 손의 피가 뇌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이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몇 달 만에 회사를 만들어 손에 끼고 자면 수면의 질을 측정해주는 기기를 출시했다. 그는 “현재 1만명이 이 기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총장을 맡기 전 5개의 기업 중 2곳은 전체 수익 가운데 50%는 기업, 25%는 대학, 나머지 25%는 학생이 가져가는 구조였다”며 더 빠른 사업화를 위해 기업이 80%, 학교가 20%를 가져가는 모델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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