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권위의식에만 사로잡혀 리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중장년층 상사를 ‘꼰대’라고 부른다. 조직에 1~2년 먼저 들어왔다고 쥐꼬리 만한 권력으로 갑질을 일삼는 ‘젊꼰(젊은 꼰대)’까지 등장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크고 작은 리더들을 믿고 따르기는커녕 리더 자체를 구시대적 유물로 치부하는 경향까지 생겨났다.
신간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는 “진정한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한탄이 나오는 요즘 리더의 자질과 원칙을 말하는 책이다. 저자는 현재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이사회 의장인 존 헤네시 스탠퍼드대 총장이다. 그는 고(故)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와 함께 ‘이 시대 진정한 창의적 리더’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무려 16년간이나 총장직을 역임하며 스탠퍼드를 초일류 대학으로 키웠다. 특히 그는 성공한 벤처 창업가에다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와 래리 페이지 등 수많은 벤처인들을 키워내 ‘실리콘밸리의 대부’로 불린다. 리더로서 보여준 그의 업적과 역량 탓이 책의 설득력을 더한다.
헤네시는 자신의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겸손, 진정성, 봉사, 공감, 용기 등 5가지를 리더십의 토대를 이루는 원칙으로 제시한다. 그는 뜻밖에 첫 번째 원칙으로 겸손을 꼽았다. 진정한 자신감은 자존감이나 오만이 아닌 겸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당신은 지금 당신이 있는 그 자리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며 “실수를 겸허히 인정하고 공적을 자랑하지 말고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기꺼이 요청하라”고 말한다. 특히 헤네시는 “리더의 역할은 주요 엔진이 아니라 하나의 연장에 불과하다”며 겸손은 타고난 심성이 아니라 리더로서 개발해야 할 습관이라고 강조한다.
다음으로 도덕성보다 실천하기 어려운 덕목으로 진정성을 꼽았다. 진정성이 없으면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못하고 구성원들이 조직 전체를 위한 결정조차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봉사는 리더가 가장 배우기 힘들고 일부는 평생 배우지 못하는 자질로 꼽았다. 구성원 개개인이 성공을 위해 봉사하도록 함으로써 조직의 성공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공감 역시 리더가 놓치기 쉬운 자질이다. 통상 의사결정 과정에서 리더의 공감이 아닌 실증적인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감정이 배제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헤네시는 “데이터에 인간의 조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을 더해야 모두의 행복을 뒷받침하는 의사 결정이 탄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헤네시는 ‘리스크를 감수 할 수 있는 용기’를 갖추라고 권고했다. 다만 그는 용기를 내야 할 때 문제를 개인화하지 말고 조직의 핵심 사명과 가치관에 맞춰 해답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가령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학 예산을 대규모로 삭감해야 했다. 문제는 대학의 어느 부분에 칼날을 대야 하는가였다. 그는 스탠퍼드대의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고 보고 학생들 학자금 지원이나 교수 인력을 손대지 않고 수 백 명의 행정직원을 해고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결정이 결코 기분 좋을 수 없지만 우리가 나아갈 방향만은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으로는 협업, 혁신, 호기심, 스토리텔링, 유산을 제시했다. 우선 협업이다. 리더는 결정하고 지시를 내리면 하면 되는 통치자가 아니라 같은 팀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자각하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혁신적인 환경은 기꺼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창의적 사고를 지닌 놀라운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며 창의적 인재가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고 강조했다. 또 리더는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분야의 사람에게 지적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배우라고 조언했다. 스토리텔링은 새로운 비전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헤네시는 진정한 리더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마지막 목표는 유산(legacy)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말로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다면 당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일을 하라. 단기 성과 달성이 아닌 장기적이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영원할 수 있는 성과를 지향하라“
헤네시는 책 말미에 ‘나에게 가르침을 준 책들’을 공개했다. 리더십 관련 서적이 아니라 전기, 역사, 문화 등 영감을 줬던 책들로 구성했다. 1만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