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내 서열 4위인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미국 무역전쟁 격화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5%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앞서 중국 지도부에서 잇따라 경기 하방 우려를 제기했지만 성장률이 6%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7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왕 주석은 전날 베이징에서 대만 경제단체 간부들과 만나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경제성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의 업무구분에서 대만은 왕 주석 담당이다. 이날 왕 주석은 대만 대표들의 질의에 “성장률이 최대 1% 포인트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이러한 비관적 전망이 현실화하려면 무역전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격화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왕 주석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말처럼 중국의 경제는 바다와 같은데 폭풍이 작은 연못을 뒤집을 수는 있지만 큰 바다를 뒤집지는 못한다”고 언급했다.
왕 주석의 이날 발언은 중국 지도부가 경제 상황을 보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매체들이 최근 미국의 관세폭탄을 격하게 비난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중국은 앞서 올 양회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를 ‘6~6.5% 구간’으로 제시했으며 1·4분기에는 6.4%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매체에는 이날 왕 주석의 발언이 일절 보도되지 않았다. 중국은 최근 매체는 물론이고 소셜미디어에서도 경제지표 관련 글들은 대거 삭제하는 등 여론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왕 주석의 이날 5%대 성장률 전망은 해외 기관이 제시하는 전망치에 비하면 여전히 낙관적인 것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관세폭탄이 미중 전체 경제로 확산될 경우 중국 경제성장률이 4%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