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추경,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하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안일환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안일환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골든타임은 골든아워(golden hour)라는 의료용어의 한국식 표현이다. 이 시간 안에 응급처치가 이뤄지는지에 따라 환자의 생사가 갈린다. 이국종 아주대 교수를 모델로 한 드라마 ‘골든타임’이나 그의 책 ‘골든아워’를 통해 요즘에는 일상용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작 이 교수는 “이제는 골든아워가 아니라 플래티늄 미닛(platinum minute)”이라고 말한다. 환자를 제대로 살리려면 시간이 아니라 분초 단위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사회환경과 기술변화를 보노라면 정책 방향 못지않게 정책속도가 중요한 세상이 됐다.

이 단어는 엄중한 우리 경제의 상황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올해 1·4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에 그쳤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둔화될 조짐이다. 경제지표별로 온기가 다르지만 자영업자, 산업·고용위기지역, 재난지역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제적 경기 대응이 시급하다. 미세먼지도 재난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긴급하게 추경안을 내놓았다. ‘플래티늄 미닛’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6조7,000억원의 추경이 연내 차질없이 집행되면 우리 경제의 하방 움직임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경유차 400만대 퇴출과 맞먹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지난 4월에 교부한 지방교부금 정산분 10조5,000억원을 통한 지자체 추경과 연계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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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속도다. 추경이 의도한 효과를 내려면 정부의 편성, 국회의 심의·통과, 일선 기관의 집행이 마치 계주경기처럼 이어져야 한다. 바통 터치 과정의 실수나 속도 저하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국회 상황은 추경 제출 3주가 되도록 멈춰 있다. 플래티늄 미닛을 넘어 골든아워마저 놓칠까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추경이 지연될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실제로 산업·고용위기지역의 공공일자리 지원은 5월에 종료된다. 추경이 통과되지 않으면 일자리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주민들이 실업을 겪게 된다. 추경에 반영된 중소조선사 전용 보증프로그램이 제때 가동되지 않으면 보증을 받지 못해 일감을 놓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미세먼지 지원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국회가 지금 나서줘야 한다. 추경은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거나, 오늘 못하면 내일로 미뤄도 되는’ 사안이 아니다. 정치적 사안과 분리해 조속히 심의·확정돼야 한다. 자치단체 등 집행기관 역시 국회 통과와 동시에 속도를 늦추지 않고 바통을 이어받아 달릴 수 있도록 사업계획 확정이나 사업공고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의료진이든 추경이든 환자에게, 국민에게 더 빨리, 더 가까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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