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동남아 "우리가 선진국 쓰레기장이냐...되가져가라"

필리핀, 캐나다 주재 자국 대사 소환

쓰레기 컨테이너 방치하는 캐나다에 반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도 쓰레기와의 전쟁

中 폐기물 수입 중단 후 밀려드는 쓰레기에 몸살

지난 2016년 10월 2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쓰레기가 강물에 떠다니고 있다. /뭄바이=AP연합뉴스지난 2016년 10월 2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쓰레기가 강물에 떠다니고 있다. /뭄바이=AP연합뉴스



오랫동안 전 세계의 쓰레기 수입국 역할을 해 온 동남아시아가 선진국들에 쓰레기를 되가져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만으로 몸살을 앓았던 동남아가 인접국인 중국의 쓰레기 수입 중단 이후 중국으로 향하던 폐기물까지 떠맡으며 수용 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선진국에 쓰레기 수거를 압박하는 등 쓰레기 처리 문제가 외교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18일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쓰레기 문제로 필리핀과 캐나다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쓰레기를 되가져 가기로 양측이 합의했지만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5년 9월 9일(현지시간) 마닐라 집회에서 캐나다 정부에 쓰레기 수거를 요구하고 있다. /마닐라=AFP연합뉴스필리핀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5년 9월 9일(현지시간) 마닐라 집회에서 캐나다 정부에 쓰레기 수거를 요구하고 있다. /마닐라=AFP연합뉴스


캐나다와 필리핀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회의를 벌인 결과 캐나다가 필리핀에 불법 수출한 쓰레기를 되가져 가고 이 비용은 캐나다 정부가 부담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민간에서 한 일을 책임지지 않겠다던 캐나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캐나다 정부가 회수할 쓰레기는 2013∼2014년 필리핀에 밀반입된 컨테이너 103개 가운데 폐기저귀 등 쓰레기가 담긴 컨테이너 69개다. 필리핀 북부 타를라크 주에는 2013년 캐나다에서 반입됐다가 세관 당국에 압류된 컨테이너 50개에서 쓰레기가 썩고 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필리핀 남무 다바오시 연설에서 일주일 안에 쓰레기를 회수하라며 캐나다를 압박했다. 그는 “필리핀은 쓰레기 처리장이 아니다. 우리 국민은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다음 주까지 쓰레기를 되가져가지 않으면 당신네 아름다운 해변에 그 쓰레기를 퍼부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캐나다를 상대로 (쓰레기) 전쟁을 선포하겠다”며 선전 포고를 날리기도 했다. 그는 이달 6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부처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폐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달 1일 필리핀 외무장관이 보름 안에 캐나다 쓰레기가 선적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지난 15일까지도 반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자 필리핀 정부는 캐나다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은 지난 16일 “캐나다가 5월 15일 데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다. 어젯밤에 캐나다 주재 대사와 영사들에게 소환장을 보냈다”라며 “이번 조치는 필리핀 관세청과의 회담에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이 불참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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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은 지난해 한국에도 불법적으로 수입된 쓰레기를 가져가라고 요구한 바 있다. 우리나라 환경부는 불법 수출업체에 폐기물 반입을 명령했지만, 해당 업체가 명령을 따르지 않자 대집행을 통해 이 중 일부를 국내로 되가져왔다.

필리핀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현지 한국대사관에 모여 한국의 쓰레기 수출에 반대하는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닐라=EPA연합뉴스필리핀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현지 한국대사관에 모여 한국의 쓰레기 수출에 반대하는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닐라=EPA연합뉴스


또 다른 쓰레기 수입국인 인도네시아도 폐기물 수입 규제 강화에 나섰다. 중국 폐플라스틱 수입 중단조치로 선진국 쓰레기가 밀려오자 긴급 대응에 나선 것이다.

로사 비비언 라트나와티 인도네시아 환경산림부 폐기물 관리 담당 국장은 지난 15일 해양조정부 주관으로 열린 유관부처·기관 회의에서 폐기물 선적 전 문제 여부를 확인하는 검정인들을 심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해 “불필요한 폐기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문제의 폐기물을 배출국으로 돌려보내고, 폐기물 수입 관련 법을 개정해 규제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선진국 폐기물 처리업자들이 인도네시아 내 재활용 공장 등과 결탁해 유해 폐기물을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로 속여 반입하는 정황이 파악됐기 때문이다. 그린피스 인도네시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가 수입하는 폐기물의 규모는 2017년 말까지만 해도 매월 약 1만톤이었지만, 2018년 말에는 월 3만5,000톤 이상으로 늘었다. 중국이 작년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한 이후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국가와 일본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폐기물의 양을 급격히 늘린 결과다. 인도네시아 환경운동 단체인 에코톤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가 동자바주에 수출한 폐종이가 5만2,000톤으로 4년 전 대비 3.5배 급증했다.

말레이시아도 플라스틱 쓰레기 밀수를 대거 적발하며 쓰레기와의 전쟁에 나섰다. 뉴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요비인 말레이시아 에너지·과학기술·환경·기후변화부 장관은 지난달 쿠알라룸푸르 인근 포트 클록 항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담긴 컨테이너 129개가 방치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선진국에서 쓰레기를 수입해 큰 이익을 얻는 범죄조직들이 있다”면서 이들을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올해 들어서만 148개의 불법 플라스틱 처리 시설을 폐쇄했다면서 “말레이시아는 세계의 쓰레기장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린피스 말레이시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말레이시아에 75만4,000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반입됐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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