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광주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선거로 뽑힌 한국당 대표가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5·18단체와 일부 시민들이 황 대표의 기념식 참석을 비판하며 저지에 나섰으나 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진보 단체들은 “(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에 대한) 사죄 없는 기념식 참석은 정치쇼”라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대형버스로 기념식 장소인 국립 5·18 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 도착한 직후 시민들과 시위대의 격렬한 항의에 부딪혔다. 일부 시민은 바닥에 드러누워 황 대표의 입장 저지를 시도했다. 황 대표는 15분여 만에 기념식장 보안검색대에 겨우 도착해 행사장에 입장했다.
기념식이 시작된 후에도 민주의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대학생 단체 회원들은 황 대표의 사죄와 한국당 해체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쳤다. 박찬우 광주·전남지역 대학생진보연합 대표는 “황 대표가 시민들의 반발을 뒤로 하고 기념식에 참석한 상황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원들은 기념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황교안은 지금 당장 사죄하라”, “황교안은 전두환이다” 등의 피켓을 들고 집회를 이어갔다.
진보단체 ‘오월을사랑하는사람들’도 민주의 문 앞에서 “5.18 광주 학살주범 전두환 추종하는 괴물 집단 자유한국당 즉각 해체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황 대표와 한국당을 비판했다. 황승의 오월을사랑하는사람들 사무총장은 “황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서 5·18 망언을 했던 세 명의 의원을 제명하거나 징계 절차를 마무리지었어야 했다”며 “징계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고 유야무야한 상황에서 광주를 방문한 것 자체가 광주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당은 5·18 특별법을 제정하는 데 상당한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한국당은 광주시민을 포함해 그동안의 잘못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의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등은 지난 2월8일 열린 ‘5·18 진상규명 공청회’에서 5·18 폄훼 발언을 해 비난을 샀다. 이들은 5·18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5·18 유공자를 ‘괴물 집단’이라고 칭했다. 이들 의원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이 의원을 제명했으나 김순례 의원은 당원권 정지 3개월, 김진태 의원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경고’ 조치를 해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선거로 뽑힌 한국당 대표가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지난 2015년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 이후 4년 만이다. 2016년에는 정진석 대표 권한대행이, 2017년에는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이 참석했다. 지난해 홍준표 대표는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황 대표는 지난 2016년 국무총리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해 기념식장에 참석한 바 있다. 당시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서에서 홀로 노래를 부르지 않고 꼿꼿이 서 있었지만 이날은 주먹을 위 아래로 흔들며 따라 불러 주목을 받았다. /광주=이희조기자, 방진혁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