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호주 민심, 기후대책보다 '경제 안정' 택했다

호주 12년만의 '재정흑자' 주도

모리슨 총리, 강력한 경제 강조

자유국민연합 총선 승리 이끌어

출구조사 뒤집고 黨 3연속 집권

노동당 고강도 기후 조치에 맞선

광업도시 표심 호소 전략 통한 듯




“조용한 호주인들의 승리입니다.”

호주 역사상 가장 단명한 총리가 될 뻔했던 스콧 모리슨(51) 호주 총리는 18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고 깜짝 승리를 거두면서 이렇게 말했다. 기후변화가 이번 총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보수적인 집권당 자유국민연합의 패배가 예상됐지만 호주 유권자들은 실제 총선에서 ‘서민 경제 안정’을 호소한 모리슨 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그가 이끄는 자유국민연합이 극적 승리로 3연속 집권에 성공하면서 모리슨 총리의 국정 장악력도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호주 공영 ABC방송에 따르면 개표율 75.1% 기준 자유국민연합은 하원 151석 중 73석을 확보했다. 야당인 노동당은 65석에 그쳤다. 무소속과 군소정당이 차지한 6석을 제외한 나머지 7석의 최종 결과에 따라 자유국민연합의 독자 과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국민연합은 지난해 8월 맬컴 턴불 전 총리가 당내 보수파의 쿠데타로 실각한 후 계속된 내홍으로 전열이 무너진 상태에서 총선을 맞이했다. 턴불 전 총리의 뒤를 이은 모리슨 총리는 내각을 구성하던 핵심 의원들이 불출마하거나 지역구 수성에만 매달려 혼자 힘으로 총선 승리를 이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실제 지난 몇 년간 여론조사는 물론 총선 출구조사 결과까지 줄곧 노동당이 유리했기 때문에 자유국민연합의 총선 승리는 충격적인 반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스콧 모리슨(왼쪽 두번째) 호주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시드니 소피텔호텔에서 총선 승리를 선언한 후 아내, 두 딸과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시드니=AP연합뉴스스콧 모리슨(왼쪽 두번째) 호주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시드니 소피텔호텔에서 총선 승리를 선언한 후 아내, 두 딸과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시드니=AP연합뉴스


모리슨 총리는 선거 당일 밤에 열린 자유당 축하모임에서 “나는 언제나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었다”면서 “매일매일 성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승리 선언을 했다. 6년 동안 노동당을 이끌었던 빌 쇼튼 야당 대표는 총선 패배를 시인하며 “아직도 몇백만표를 더 개표해야 하지만 노동당이 차기 정부를 구성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모리슨 총리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멋진 용기와 행운으로 위대한 호주를 위해 헌신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이슈는 기후변화였다. 기후변화는 최근 호주를 위협하는 위험요소를 꼽는 여론조사에서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노동당은 강도 높은 조치를 약속하며 멜버른 등 대도시에서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자유국민연합은 탄광 확장을 지원하는 반면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기후변화보다는 경제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모리슨 총리는 선거전에서 12년 만의 재정흑자를 강조하며 ‘강력한 경제’를 전면에 내걸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선거는 세계 무역경쟁과 경기둔화로 호주의 기록적 성장이 끝나게 될 중요한 시점에 나온 것”이라며 “모리슨 총리는 10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에서 호주를 살아남게 해준 최고 수출 부문인 광업 도시 유권자들에게 집중하며 표심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모리슨 정부는 선거전에 앞서 논란이 일었던 인도계 대기업 아다니의 광산 프로젝트도 승인했다.

또 그는 10년에 걸친 세금 감면과 최초 주택 구매자 지원 등 각종 경제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워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렸다. 뉴욕타임스(NYT)는 “기후변화 대책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모리슨 총리는 서민 경제 안정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호소했다”며 “결국 이것이 호주인들이 원했던 것이었음을 증명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자유국민연합의 재집권으로 호주의 외교정책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시하는 기존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태평양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지역에서 각국과 경제·안전보장 협력을 추진하는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에 계속 관여하게 된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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