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다시 불붙은 '국가채무비율 40%' 논란

文 "재정확대"에 기재부 '고심'

"선진국과 막연한 비교 지양해야"

GDP대비 국가채무비율GDP대비 국가채무비율



재정 확대 가속페달을 밟는 문재인 대통령과 나라 ‘곳간지기’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를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는 본지 기사 이후 재정건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한국의 경우 국가채무비율의 적정 수준을 수평적으로 선진국과 비교하기 힘들고, 고령화와 통일 등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리한 확장적 재정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본지 5월18일자 1·12면 참조

19일 기재부에 따르면 2020년 예산안은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8.2%에서 올해 39.5%로 상승했고 2020년 40.3%, 2022년에는 41.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비율은 대표적인 재정건전성 지표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6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홍 경제부총리가 “국가채무비율을 40%로 유지하겠다”고 밝히자 문 대통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예로 들며 “40%의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지적한 것으로 여권 관계자들은 전했다. 국가채무비율은 미국 107%, 일본 220%, OECD 평균 113% 등이다.


“고령화 속도 등 감안 땐 재정건전성 좋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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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최후의 보루인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기재부에 대해 질책한 것은 아니었으나 복지지출 포용적 성장을 위해 재정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인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가별 경제발전 단계와 인구구조를 고려해야 하고, 통일 변수라는 우리만의 특수성을 감안해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많다. 한국경제학회장인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현재 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어간 상황에서는 우리나라가 낮아 보이지만, 각국의 고령화비율이 14%에 도달한 시점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지금도 (국가채무비율이) 결코 낮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고령사회(고령인구 비율 14% 이상)에 진입한 지난해의 국가채무비율은 38.2%였다. 그런데 각각 1979년, 1972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한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당시 국가채무비율이 32.6%, 36.8%였다.

공무원 증가, 복지지출 확대 같은 고정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에 오히려 4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공공기관 부채까지 포함할 경우 국가채무비율은 60%대(2017년 기준 60.4%)까지 올라가게 된다. 미국·일본 등 기축통화국과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의 국가채무비율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OECD 국가와 단순히 숫자를 비교하는 것은 자칫 재정위기를 맞은 나라들을 따라가자는 식이 될 수 있어 정확한 비유는 아닌 것 같다”면서 “경기부양을 하자면서 재정승수가 낮은 사회안전망 강화나 복지지출만 확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일부 학자들은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로 평가하면서 청와대의 재정확대론을 지지하기도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IMF 등 국제기구들도 우리 건전성이 좋으니 확장 재정 정책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고, 각종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재정을 마중물로 적극 활용하자는 차원에서 대통령께서 거듭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에는 국가채무비율과 관련해 다른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 2015년 9월 당시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2016년 예산안에서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GDP 대비 40% 선을 넘었다”며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40%가 깨졌다”고 비판했다. /세종=황정원·윤홍우·빈난새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빈난새·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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