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말 없이 떠나려 했는데...다시 무대에 섰네요"

■17년 운영한 대학로 극장 '정미소' 폐관...윤석화의 굿바이 공연

젊은 예술가들 길러낸 무대

경영난·건물 매각에 문닫아

"후배들 후원해준 게 가장 보람"

폐관작은 '딸에게 보내는 편지'

내년 영국 공연 버전으로 선봬

16일 배우 윤석화가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딸에게 보내는 편지’ 제작발표회에서 노래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16일 배우 윤석화가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딸에게 보내는 편지’ 제작발표회에서 노래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배우 윤석화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딸에게 보내는 편지’ 제작발표회에서 노래시연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16일 배우 윤석화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딸에게 보내는 편지’ 제작발표회에서 노래시연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떠날 때는 말 없이 떠나라 했는데, ‘굿바이’ 공연을 한다고 이렇게 또 여러분 앞에 섰네요. 이제 극장 경영에서 손을 떼고 배우로 돌아갑니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도 아름답지만, 석양도 또 다른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순을 넘긴 대배우는 ‘마지막’ ‘폐관’ 등의 단어를 말할 때마다 목이 메었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배우 윤석화(사진·63)는 지난 16일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폐관작 ‘딸에게 보내는 편지’ 제작 발표에서 그렇게 ‘정미소’와의 이별을 이야기했다. 윤석화와 건축가 장운규 씨가 2002년 목욕탕 건물을 개조해 만든 ‘정미소’는 지난 17년 동안 대학로의 터줏대감이자 젊은 예술가들을 길러내는 산실이었다. ‘쌀을 찧어내듯 예술의 향기를 피워내자’는 의미를 담은 극장 이름처럼 ‘19 그리고 80’ ‘서안화차’ ‘사춘기’ 등 다양한 실험 작품들을 무대에 올렸다.

정미소의 폐관은 윤석화는 물론 관객, 수많은 연극인들에게도 안타까운 소식이다. 하지만 경영상 어려움은 둘째치고 건물 매각에 어쩔 수없이 폐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석화는 “젊은 후배들을 후원해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었다”며 “공간을 내어주고 약간의 제작비를 지원해주면 다들 진심이 담긴 작품을 만드는 모습을 보며 행복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16일 배우 윤석화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딸에게 보내는 편지’ 제작발표회에서 노래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16일 배우 윤석화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딸에게 보내는 편지’ 제작발표회에서 노래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폐관작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영국의 극작가 아놀드 웨스커의 작품이지만 1992년 국내에서 세계 초연됐다. 가수이자 미혼모인 주인공이 열두 살 사춘기 딸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편지로 이야기하는 모노 드라마다.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이 연출을 맡았고, 윤석화가 출연했다. 초연 당시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공연은 10개월 간 이어졌다. ‘신의 아그네스’ ‘하나를 위한 이중주’ ‘덕혜옹주’ ‘명성황후’ ‘넌센스’ 등과 함께 윤석화의 대표작이다.


당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윤석화는 공연 직전까지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다가 무대에 올랐다. 마지막 작품으로 선정된 것도 온몸의 열정을 쏟았던 개인적 애정 때문이다. 윤석화는 “마음이 너무 아파 ‘굿바이 공연’ 같은 건 안 하려고 했다가 급하게 준비하다 보니 캐스팅이 어려워 혼자 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했다”며 “관객과 울고 웃으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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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딸에게 보내는 편지’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윤석화가 노래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16일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딸에게 보내는 편지’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윤석화가 노래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화는 이번 폐관 공연에서 제작자 리 멘지스의 제안으로 내년 영국 런던 무대에 오를 버전을 선보인다. 연극 ‘레드’ ‘대학살의 신’ 등을 연출한 김태훈,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을 맡았던 작곡가 겸 음악감독 최재광이 합류한다. 윤석화는 “초연과 달리 이번에는 아버지의 존재가 드러난다. 45세의 서툰 엄마가 딸이 자라는 것을 보며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치유하는 모습을 그려진다”며 “영국에서는 영어로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연기하는데 영어는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는 대사”라고 설명했다. 영국 공연은 용기 있고 아름다운 도전이지만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가 제작 발표회에서 ‘잇 워즈 아워 타임(It was our time)’을 부를 때 그 우려는 사라졌다. 무대에서 그는 ‘라 비 앙 로즈’를 부르는 에디트 피아프였다. 공연은 6월 11일부터 22일까지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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