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업투자의 脈(맥)이 끊어진다

10대그룹 현금 250조 보유했지만

각종 기업규제법에 투자환경 악화

설비투자 10.8%↓…21년래 최악

"정부, 비상시국인데 경제실험만"

서울 삼성동 테헤란로 일대 전경. 최근 기업 투자가 급감하면서 한국 경제의 활력이 눈에 띄게 약화돠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삼성동 테헤란로 일대 전경. 최근 기업 투자가 급감하면서 한국 경제의 활력이 눈에 띄게 약화돠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에 위치한 중견 전력설비 업체 A사의 김모 사장은 기업 투자 감소를 피부로 느낀다. 납품하던 원청기업은 물론 주변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며 수주가 40%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주 52시간 때문에 사람을 뽑기도, 설비를 다시 들여오기도 어려워 아예 수주를 포기했다”고 토로했다.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4분기 설비투자는 10.8%(전 분기 대비) 줄었다.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최악이다. 투자는 줄었는데 해외진출 기업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에만도 3,540개 기업이 해외에 법인을 세웠다. 기업들이 돈이 없어 투자를 못 하는 게 아니다. 상위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 95곳의 지난해 보유현금은 250조원(248조3,830억원)에 육박할 정도다.


기업의 투자심리는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바짝 얼어붙었다. 대중(對中) 수출의 80%가 중간재인 상황에서 무역전쟁 종료 이후가 더 걱정이다. 더 큰 걱정은 내부 변수다. 2년간 최저임금 29% 인상, 근로시간 축소 등 정책오류가 방치되며 기업의 사기는 꺾였다. 고비용구조를 낳는 노조의 강경투쟁, 산업 경쟁력을 좀먹는 입법과 규제 등은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 부진→일자리 부족 심화→실업난 악화→경제침체’라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높다.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로서는 무역분쟁이 비상시국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문제의식이나 긴장감을 갖기보다 ‘경제실험’만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상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