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물선 운동은 중학교 과학교육에서 다뤄질 정도로 이해하기 쉽다. 이렇게 기초적인 운동원리가 전장에서 구현되면 전황을 바꾸고 국가의 명운을 좌우했다. 포에니 전쟁 당시 로마군은 투창 집중 투사로 한니발 원정군의 대규모 코끼리부대를 물리쳤다. 조선은 신기전을 사용해 북방 여진족의 침략을 저지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포물선 병기는 한결같이 긴 사거리와 강력한 파괴력, 심리적 공포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최종 진화형태인 탄도미사일은 유도무기체계까지 갖춤으로써 포물선 병기의 최대약점인 낮은 명중률마저 보완했다.
포물선 병기의 남은 약점은 궤적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사지점·속도·각도 등을 알면 낙하지점·시점을 예측해 일정 확률로 막아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미사일방어체계다.
북한이 이달 초 공개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미사일방어체계의 기본 전제부터 뒤흔든다. 고전적 포물선 운동에서 벗어나 낙하 시 변칙적 비행 궤적을 그릴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북한 신무기의 외형으로 미뤄봐 러시아 탄도탄 ‘이스칸데르’의 기술이 적용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스칸데르는 종말 단계의 일정구간에서 요격을 피하기 위해 변칙적 회피기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응전략도 기본 가정에서부터 재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이제는 북한이 탄도탄을 쏘면 막기 어려워졌다. 그런 만큼 상대방이 발사한 뒤에서야 요격(KAMD)하고 보복공격(KMPR)한다는 개념으로는 전쟁억지력을 갖추기 힘들다. 대신 북한이 탄도탄을 쏠 징후만 보여도 선제타격하는 킬체인 역량 조기 확충에 더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이를 위해 24시간 탄도탄 발사징후 포착을 위한 정찰자산을 군사위성, 고고도·중고도 정찰기, 휴민트 등 여러 층위별로 조기 확충하자. 북한 방공망의 레이더를 교란해 우리 전폭기의 선제타격 길을 여는 전자전체계 완비도 필요하다. 타격플랫폼인 공격잠수함, 스텔스전폭기, 정밀유도미사일 등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이상징후가 보이면 현장 지휘부가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선대응-후보고’체계를 완성하기 바란다.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