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민연금 격인 양로보험기금이 조만간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말 양로보험기금 잔액이 4조8,000억위안(약 826조원)으로 흑자를 유지했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수혜자가 늘고 납부자는 줄어들면서 조만간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잔액이 오는 2027년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2035년이면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연금수령이 가능한 60세 이상 남성은 지난해 말 기준 약 2억5,0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7.9%였지만 2053년에는 34.8%에 해당하는 4억8,700만명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지난달 발표 보고서에서 기금 잔액이 2027년 6조9,900억위안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8년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해 2035년이면 바닥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금사정 악화 왜
급속한 고령화에 수혜자 늘고
고용주 연금 부담 축소 영향도
최근 중국의 기금고갈 우려가 더욱 커진 것은 고령화에 더해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정부가 고용주의 양로보험기금 부담을 낮춰주면서 기금 사정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용주는 종업원 급여의 20%를 기금으로 부담했지만 중국 정부는 무역전쟁으로 인한 기업 부담을 덜고 실업난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이달부터 비율을 16%로 낮췄다. 둥커융 중국 인민대 교수는 “이번 조치로 기금이 적자를 내는 시점이 정부 예상보다 8년이나 빠른 2020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기금으로 이전해 기금 재원을 확충하는 등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기금이 보유한 18개 국영기업의 주식 가치는 750억위안에 달한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유기업 주식으로 기금 재원을 확충하려는 정부 계획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