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자동차산업 미래전망과 고용변화 토론회’에서 현대자동차 노조는 오는 2025년에 내연기관차 생산은 57%, 내연기관차 부품 관련 근로자 수는 2,700여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신차 생산을 국내에서 우선하는 한편 신기술 도입은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래차 시대의 도래를 점진적으로 추진해 일자리 감소 충격을 완화하자는 주장처럼 보인다. 생각해봐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는 것 같다.
먼저 미래차 시대는 우리 의지대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교역과 국제 투자가 자유화된 글로벌 경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에만 약 1,420억위안, 약 24조원의 전기차 보조금을 업계에 제공하는 등 강력한 전기차 산업 육성정책을 펼쳐 전기차 초기 시장을 열어놓고 그 힘을 바탕으로 우리 시장에까지 진출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기술 도입을 점진 추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만 뒤처지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둘째, 일자리 위협 요인은 미래차 신기술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의 차량 보유대수가 늘어가면서 2017년 현재 중국의 1,000명당 차량 보유대수는 160대로 우리의 1994년의 165대 수준이 됐다. 우리가 1995년부터 내수시장이 정체된 점을 감안한다면 중국의 내수시장 정체도 시작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중국의 차량 생산은 지난해 4.2% 감소했고 올해 1·4분기에도 9.8%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내수 정체를 수출시장 개척으로 돌파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차량 수출은 지난해 8.7%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면서 115만대를 기록했고 올해 1·4분기에도 7.7%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2.4% 증가한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2017년 현재 우리의 1만5,000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8,000달러밖에 안 되는 대당 가격으로 아프리카·중남미를 넘어 동남아와 러시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수입은 지난해 8.5%, 올해 1·4분기에는 15.9%로 감소세가 확연하다.
우리 자동차 회사로서는 중국 시장에서는 밀리고 수출시장에서는 새로운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면 우리 생산이 지속돼 그나마 국내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유지되겠지만 밀리면 생산이 줄어들어 우리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사라질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는 미래차 시대의 도래 여부와 관계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신기술 도입이 지연되면 미래차 분야에서도 중국에 밀려 이 분야의 신규 일자리는 만들어보지도 못하고 우리는 도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조까지 나서 미래차 시대 일자리 토론회를 연 것은 바람직한 일로 판단된다. 같은 취지로 어떻게 하면 우리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자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일자리의 진짜 위협 요인은 경쟁력이고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은 경영자, 근로자, 그리고 주주의 협조 게임이 돼야 생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