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화웨이 봉쇄작전’을 펼치는 등 무역분쟁이 고조되면서 삼성전자(005930) 비메모리 사업은 뜻밖의 수혜를 입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 중·하급 기기에 들어가던 중국산 비메모리 칩을 자사 칩으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발생하면서다. 최근 삼성전자가 내세운 ‘2030년까지 비메모리 1위’에도 한걸음 가까워지는 셈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파운드리 사업부로 시스템 반도체 주문을 쏟아내고 있다. 인도 등에서 주로 판매되는 중·하급기 스마트폰 내 중국산 시스템 반도체를 자사 제품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다.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자 부품 수급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 스마트폰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가장 직접적인 호재다. 구글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으면서 유럽 등에서 안드로이드 프리미엄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삼성 스마트폰의 출하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이폰 불매운동’ 영향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 일부가 삼성으로 이동할 여지도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 갤럭시시리즈에 탑재되는 ‘엑시노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나 모뎀 칩의 출하량은 자연스레 늘어나게 된다.
퀄컴이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중단하면서 이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로부터 모뎀 칩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다음 타깃이 될까 우려하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있다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퀄컴 외 타사 모바일 반도체 채용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이때 대만 미디어텍이나 삼성전자가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수혜가 현실화될 경우 오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1위를 달성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에는 악재일 수 있지만 비메모리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