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아파트 후분양 활성화에 나선 가운데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청약 성적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백련산 파크자이’ 등 서울 등 수도권에서 후분양을 진행한 아파트의 경우 두자릿수까지 경쟁률이 치솟으며 수요자가 몰린 반면 지방은 줄줄이 미달이 발생했다. 현재 후분양은 공정률이 60% 이상이면 가능하다. 정부는 공사가 끝난 뒤 분양하는 ‘완전 후분양’도 곧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후분양이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다. 후분양에 따른 인센티브가 부족한 데다 지자체의 분양 승인 과정에서 분양가 심사를 받는 등 제도적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서울·지방 엇갈린 후분양 성적표=본지가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를 통해 올해 후분양 방식을 선택한 단지들의 청약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수도권과 지방의 희비가 교차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지난 3월 후분양으로 공급된 서울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 파크자이’의 경우 43가구 모집에 1,578명이 몰리면서 평균 36.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포레스트 사랑으로 부영’은 551가구 모집에 1,319명이 청약해 2.39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지방 후분양 아파트는 미달된 곳이 많았다.
지난달 명신건설이 경남 남해에 공급한 ‘남해 더 나음’은 1순위에서 44가구를 공급하는데 18명만 청약 신청했다. 충남 천안 동남구 청당동에서 5월 분양한 ‘천안 청당 코오롱하늘채’도 96가구 모집에 단 18명이 청약해 78가구가 미달했다. 이 아파트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로 올해 9월 입주 예정이며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가구를 이달 분양했다. 후분양 청약 성적표를 보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서울 아파트에는 수요자가 몰렸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당하며 대부분이 미분양된 것으로 보인다.
◇ 공공물량 70%를 후분양으로 공급=정부는 후분양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오는 2022년까지 공공분양 물량의 70%를 이 같은 방식으로 분양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후분양은 공정률이 60%만 넘어도 이뤄졌지만 100% 공사가 끝난 뒤 분양되는 ‘완전 후분양’ 방식도 내년 첫선을 보인다. 지난해 9월 착공에 들어간 의정부 고산지구 전용면적 60㎡ 이하 1,331가구를 100% 준공 이후 내년 말께 분양할 예정이다.
당장 올해 8월부터도 고덕 강일(642가구)을 시작으로 9월 춘천 우두(979가구), 12월 시흥 장현(612가구) 등 3개 공공단지가 후분양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고덕강일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급하며 춘천 우두와 시흥 장현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한다. 후분양을 조건으로 한 공공택지도 지난해(4개) 대비 2.5배 늘어난 10개가 올해 나온다.
정부가 이같이 후분양 확대에 나선 것은 선분양이 부실시공, 저가자재 사용 등의 문제로 꾸준히 논란이 돼왔기 때문이다. 선분양 아파트의 경우 별도의 모델하우스를 마련해 가상의 집을 보여주는 방식인 것과 달리 후분양 아파트는 실제로 지어진 집에서 내부 마감과 구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가가 후분양제를 실시하고 있고 후분양은 분양 당시와 완공 후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를 막는 효과도 있다.
◇ 후분양인데도 지자체 분양 승인 받고=정부는 공공주택을 중심으로 후분양을 확대하되 민간 영역에서도 자발적인 공급을 늘리기 위해 금융 인센티브도 적극적으로 마련 중이다. 분양대금으로 건설비용의 대부분을 충당하는 선분양과 달리 후분양은 건설사가 직접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후분양 기금대출(한도 8,000만~1억1,000만원), 후분양 대출보증(분양가 70%까지 보증)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민간 건설사가 후분양을 활용하는 데는 이 같은 인센티브가 크지 않은 데다 선분양과 마찬가지로 분양가 통제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후분양을 하게 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자체가 후분양 단지의 분양 승인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HUG의 분양보증서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 분양가 통제가 심했을 때는 분양가를 시세대로 받기 위해서라도 후분양을 하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런 분위기도 거의 없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