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벼랑끝 삼성바이오'…글로벌 수주 올스톱 되나

檢 수사 사장 정조준…경영 공백

당장 대외 신인도 추락 불가피

4공장 신축 등 전략 차질 불보듯

2515A17 삼성바이오분식회계일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분식회계 의혹으로 사실상의 경영 공백 상태에 빠졌다.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전문기업인 삼성바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당장 대외 신인도 추락에 이어 향후 글로벌 수주와 제4공장 신축 등 핵심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준공을 마치고 시생산 중인 삼성바이오 제3공장의 가동률이 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식회계 파문이 장기화 국면으로 흐르면서 당초 자신했던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수주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오의약품 CMO 전문기업의 특성상 자세한 계약사항을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바이오가 최종 수주에 성공한 계약이 수 건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18만ℓ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3공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최소 10종 이상의 신규 수주를 확보해야 하지만 회계부정 논란으로 수주 전략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김 사장은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헬스케어 투자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현재 20개 이상의 글로벌 바이오 기업과 12건 이상의 수주계약을 위한 협상 중이며 제3공장의 생산역량을 연내 5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수사가 김 사장을 정조준하면서 삼성바이오의 글로벌 신인도가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윤리기준에 유난히 엄격하다는 점에서 삼성바이오의 향후 수주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본질적인 바이오의약품 CMO 경쟁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의약품을 판매하는 바이오·제약 업계가 다른 산업군보다 유독 엄격한 내부 윤리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은 계약 체결부터 정식 생산까지 통상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글로벌 제약사가 회사 내부의 윤리기준에 따라 계약 체결을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CMO 전문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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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은 검찰 수사가 계속되자 최근 다음달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바이오전시회 ‘바이오 USA’도 불참을 결정했다. 김 사장은 삼성바이오를 설립한 2011년부터 매년 이 행사에 참여했다. 전 세계 바이오 산업 트렌드를 제시하는 이 행사는 글로벌 제약사가 총출동하고 현장에서 바로 업무협력까지 체결되는 경우가 많아 바이오 기업의 네트워킹의 산실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바이오 USA에 빠지면서 향후 수주계약 차질 등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김 사장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제4공장 신축 등 삼성바이오의 핵심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CMO 전문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연일 생산공장 증설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바이오와 함께 ‘K바이오’의 대표주자로 부상한 셀트리온도 이달 16일 오는 2030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미래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김 사장이 사실상 삼성의 바이오 사업을 총괄하는 수장 역할을 해왔다는 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김 사장은 삼성토탈 기획담당 전무로 근무하다 2007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꾸린 신수종사업 태스크포스(TF)에 합류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의 산파 역할을 맡았다. 2011년 창립 후 불과 7년 만에 연간 36만ℓ 규모의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CMO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5~10년 주기로 체결하는 바이오의약품 CMO 계약의 특성상 한 번 계약하면 장기 위탁생산 체제로 가기 때문에 회계부정 논란을 의식한 글로벌 제약사도 계약 체결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신규 수주도 중요하지만 김 사장의 경영 공백으로 인해 만약의 경우 기존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것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는 더욱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임원은 “바이오 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마당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발이 다 묶인 상태”라며 “국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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