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인재는 무엇으로 살 수 있는가

전 연세대 교수

<99> 최우수 직원 채용의 원칙

최강 조직 만들려면 A급 인재 필요

장기간 묶어두려면 돈만으론 안돼

원하는것 최대한 맞춰주는 노력해야

조직 내 위화감 해소는 리더의 몫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온몸을 던져 회사를 위해 일하는 A팀장이 있었다. 가장 난도가 높은 일은 항상 그 팀장에게 떨어진다. 당연히 사장의 신임이 두터울 수밖에 없다. 이번 프로젝트도 어김없이 완수한 A팀장, 하루는 사장에게 면담을 신청한다. “그래 나를 보자고 했다면서. 안 그래도 나도 자네를 부르려고 했던 참이었네. 내가 뭘 해주면 좋겠나” “네, 사장님 제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아, 무슨 말인지 알겠네. 여기 백지수표를 가져왔네. 액수는 원하는 대로 써. 다 들어줄 테니까” “사장님, 사실 제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닙니다. 이미 돈은 충분히 받았습니다. 그 점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뭘 원하는가” “두 달간 휴가를 갔다 와도 되겠습니까. 지난 6개월 동안 집에도 제대로 못 들어가고 일했습니다. 지난 3년 내내 죽도록 일만 했습니다. 가족들의 불만이 많이 큽니다. 특히 와이프가…” “여보게, 두 달 휴가는 우리 회사 규칙에도 어긋나는 거 알고 있지. 나는 오늘 사실 자네에게 돈 봉투를 두둑하게 주고 난 뒤 또 다른 프로젝트를 맡기려고 했는데…” A팀장은 그 후 어떻게 됐을까. 1주일 뒤 사표를 제출한다. 그리고 두 달간 가족들과 푹 쉬고 경쟁회사에 스카우트돼 간다.



그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한 번 마음이 떠난 인간은 돌이킬 수 없어. 떠날 사람은 결국 언젠가는 떠나는 법이야.” A팀장은 이렇게 말한다. “돈도 좋지만 사람이 혹사당하면서 노예 생활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이 비극을 어떻게 막아야 할까. 사람을 돈으로 살 수 있는가. 답은 예스와 노가 섞여 나온다. 단기 프로젝트에 사람을 투입할 때는 돈이 일단 최고다. 확실한 인센티브가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사람을 조직에 묶어두고 싶으면 돈만으로는 할 수 없다. 여기에는 다른 무엇이 같이 들어가는 칵테일 처방이 필요하다. 인재는 무엇으로 살 수 있는가.


사람들이 직장을 선택할 때 크게 세 가지를 고려한다. 첫째, 그 조직에 들어가면 나는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가. 둘째, 그 직장에서 내가 받게 되는 연봉이 얼마나 될까. 셋째, 거기서 나는 누구와 일을 같이하게 될 것인가. 쉽게 이야기해 일·돈·사람 세 가지를 고려해 직장을 정한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맞지 않으면 도저히 견디지 못한다. 4명 중 3명이 그게 맞지 않아 직장을 그만둔다. 그게 뭘까. 다들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이 맞지 않으면 결국 거기서 못 배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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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A급 인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이유를 좀 더 심층 분석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먼저 A급 인재는 어떤 사람인가 묻고 싶을 것이다. 간단하다. 한 번 맡은 일은 확실하게 해내고 친화력 있고 돈타령 하지 않는 인재는 단연 A급이다. A급 인재를 뽑아두면 그 인재는 반드시 A급 인재를 끌어온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법이다. 그리고 A급은 A급과만 어울리려고 한다.

그런데 B급을 뽑아오면 어떻게 될까. ‘끼리끼리 논다’는 말처럼 B급을 데려올까. 천만의 말씀이다. B급을 뽑아오면 그는 C급을 데려온다. A급을 데려오면 확 비교되기 때문에 절대 안 데려온다. 같은 B급도 안심할 수 없다. C급을 데려와야 비교도 잘되고 자기도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번 B급을 뽑으면 그 조직은 서서히 그리고 확실하게 멍들어간다. A급이 원하는 것은 최대한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조직을 위한 길이다. 위화감을 부르짖는 다수의 B급으로부터 A급을 기술적으로 잘 보호해주는 것은 물론 리더의 몫이다. 이런 현상을 나는 학생들이 스터디그룹을 짜는 것을 관찰하면서 발견했다.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친구로 삼으라”고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다. 나는 처음 이 말을 대학생 시절에 읽고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공자가 이렇게 얄팍한 사람이던가. 그러나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그것은 오해였다. 공자가 말하는 ‘자신보다 나은 사람’은 돈을 더 많이 가지고 있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소위 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뭐 하나라도 배울 것이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나보다 나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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