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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뒷담화] '기생충'이 정말 황금종려상을?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다"

현지매체 쏟아지는 호평에 수상 기대감도 ↑
지난해 이창동 '버닝' 高평점 불구 '빈손' 귀국
심사위원 성향과 주관 따라 좌우되는 영화제
칸은 당대최고 고수들만 모이는 시네마 축제
벌써 다섯번 진출한 봉준호는 이미 젊은 거장

  • 나윤석 기자
  • 2019-05-25 15:37:46
  • 문화
[문화계 뒷담화] '기생충'이 정말 황금종려상을?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다'

지난 14일 개막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의 폐막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역시 한국에 있는 영화 팬들의 관심은 봉준호 감독이 만든 ‘기생충’의 수상 여부에 쏠립니다. 폐막식이 현지 시간으로 25일 오후 7시15분부터 시작한다고 하니 한국 시간으로 일요일 새벽 3시 전에는 수상 여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생충’이 정말 칸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잔뜩 흘러나오는 이유는 영화에 대한 현지 매체와 외신들의 평가가 워낙 뜨겁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영국 유력지인 스크린데일리는 ‘기생충’에 경쟁작 21편 가운데 최고 평점인 3.5점을 부여했습니다. 프랑스 셀린 시아마 감독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크’,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드 글로리’보다 0.2점 높은 점수입니다.

‘기생충’에 대한 그 외 매체들의 평가도 극찬 일색입니다. 미국 버라이어티는 “웃음은 더 짙어졌고,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더 악랄해졌으며 흐느낌은 더 절망적이다. 봉준호가 기발한 작품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했습니다. 영국 가디언지는 ‘덩굴손처럼 깊숙이 박히는 영화’라고 칭찬했으며 영화비평 웹진 인디와이어는 ‘봉준호는 이미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경의를 표했습니다.


‘기생충’은 백수 가족의 장남이 부잣집의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봉 감독이 칸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계단이나 반지하 방처럼 수직적인 이미지로 계층과 계급의 양극화를 표현한 작품”입니다. 공간의 대비를 통해 계급 충돌을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봉 감독의 전작인 ‘설국열차’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문화계 뒷담화] '기생충'이 정말 황금종려상을?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다'
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설명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만약 ‘기생충’이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다면 이는 ‘한국영화 100년’ 사상 역대 최고의 쾌거임이 틀림없습니다. 한국 출신의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받은 최고상은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이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지난 2004년 ‘올드보이’로 이 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거장으로 우뚝 섰지요. 김기덕 감독은 지난 2012년 ‘피에타’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긴 했지만, 권위와 영향력 면에서 칸영화제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시네마 축제임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듭니다. 더욱이 한국영화는 지난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은 이후 8년째 칸영화제 경쟁 부문의 본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으니 봉 감독이 큰 상을 들고 금의환향한다면 이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폐막식을 기다리는 현재로서는 예단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현지 매체의 평가는 말 그대로 참조사항일 뿐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단의 판단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습니다. 지난해에도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칸영화제 공개 후 높은 평가가 쏟아지면서 황금종려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온 선례도 있습니다.

[문화계 뒷담화] '기생충'이 정말 황금종려상을?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다'
영화 ‘기생충’의 해외 포스터.

칸영화제는 당대 영화 미학의 최전선에 선 작품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세상에서 영화를 가장 끝내주게 만드는 고수들이 관객들과 함께 시네마의 오늘과 내일을 고민하는 축제입니다. 그런 행사에 벌써 다섯 번이나 초청을 받은 봉준호는 이미 세계적인 거장이자 젊은 대가입니다. 봉 감독의 2017년 작품인 ‘옥자’는 경쟁 부문에서, 전작인 ‘괴물’ ‘도쿄!’ ‘마더’는 비경쟁 부문에서 상영됐지요.

영화제는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육상 경기도, 금·은·동메달이 또렷이 가려지는 올림픽도 아닙니다. 심사위원들의 성향과 주관에 따라 상의 색깔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는다고 해서 다른 경쟁작들을 압도하는 걸작인 것도, 상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결점이 많은 범작이라는 것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몇 시간 후 펼쳐질 폐막식에서 ‘기생충’이 어떤 결과를 얻든 거기에 너무 얽매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큰 상을 받는다면 마치 내 일인 것처럼 기뻐하면 될 일이고, 혹시나 기대에 못 미치는 소식이 전해져도 영화 팬들이 먼저 실망하거나 풀이 죽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이렇든 저렇든 ‘기생충’은 오는 30일 국내 관객들을 만나러 찾아올 테니까요. 우리는 그저 배꼽 잡는 유머와 서늘한 통찰을 겸비한 ‘봉준호 월드’의 결정판인 ‘기생충’을 보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의 추억을 또 하나 쌓으면 될 테니까요.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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