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삼성바이오, 4공장·R&D센터 투자 표류…'글로벌 1위 CMO' 주도권 뺏기나

[김태한 영장 기각 됐지만…리스크 커지는 K바이오]

獨·中은 생산시설 대거 늘리는데

삼바. 최소 42조원 투자계획 불구

검찰 수사 장기화에 무기한 연기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대표가 일단 위기를 벗어났지만 삼성바이오의 앞날은 첩첩산중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검찰 수사로 수주 차질이 현실화하고 향후 투자계획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글로벌 1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전문기업의 위상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올해 초 본사가 있는 인천 송도에 10만평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설비를 투자하는 내용의 사업계획안을 결정했다. 계획안에는 차세대 주력 공장인 제4공장 신축과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 도입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김 대표를 비롯한 삼성바이오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투자계획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삼성바이오의 미래 투자전략은 엉뚱하게도 셀트리온(068270)그룹의 서정진 회장을 통해 공식화됐다. 서 회장은 지난 1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혁신 민관 공동 간담회’에서 “셀트리온은 송도에 6만평 부지를 추가로 확보해 제3공장을 짓는 등 오는 2030년까지 모두 4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삼성도 10만평 부지를 확보하기로 이미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미래 투자계획을 경쟁사의 수장이 발표하는 희한한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삼성바이오가 송도에 투자할 10만평 규모의 생산설비는 향후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전진기지다. 정확한 투자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셀트리온이 송도에 6만평 규모로 향후 10년간 2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10만평에 달하는 삼성바이오 투자금액은 같은 기간 최소 42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게 바이오 업계의 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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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의 미래 투자계획에 제4공장과 제5공장을 동시에 짓는 방안이 포함됐을 것으로 내다본다. 주요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바이오의약품 CMO 사업에 대대적으로 뛰어드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이어가려면 일단 규모의 경제에서 압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스위스 론자가 연간 100만ℓ 이상의 생산시설을 조만간 확충하겠다고 밝혔고 중국 1위 바이오의약품 CMO 전문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도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셀트리온 역시 연간 바이오의약품 생산량을 현재 19만ℓ에서 2030년까지 100만ℓ로 확대할 계획이다.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상 통상 2~3년에 걸쳐 생산공장을 짓고 시생산을 거친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에 상업생산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삼성바이오는 현재 연간 36만ℓ 규모의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CMO 전문기업이지만 앞으로 설비투자가 차질을 빚을 경우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바이오헬스를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3대 혁신산업으로 내걸었지만 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잘못이 있으면 빨리 법으로 처벌하고 기업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가 시민단체 등의 여론에 떠밀려 갈팡질팡하는 것이 ‘K바이오’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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