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소외된 삶 속 '역사의 진보' 담고 싶어"

■ 새 장편 '사하맨션' 출간한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

버림받은 자들 모인 '사하맨션'

사실은 희망을 만들어가는 공간

페미니즘 작가 타이틀 괜찮지만

페미니즘 글 쓰는 엄마는 힘들어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가 28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장편 소설 ‘사하맨션’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음사‘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가 28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장편 소설 ‘사하맨션’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음사



밀리언셀러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사진)가 장편소설 ‘사하맨션’으로 돌아왔다. 시장 논리로 운영되는 국가의 참혹함과 점점 소멸해 가는 공동체 의식 속에 소외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전작으로 페미니즘 이슈를 점화시켰다면 이번에는 유럽 등에서도 사회문제로 떠오른 난민을 소재로 다룬다.

조 작가는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밀입국자, 노인,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비주류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며 “이들은 패배의식이 내면화된 것처럼 보이고 커다란 투쟁으로 세상을 뒤집지는 못 하지만 나름의 삶을 꾸려가고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바꿔가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패배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사실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며 “‘역사는 진보한다’는 점을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사하맨션’은 지자체 파산으로 어촌이 기업에 인수된 뒤 기묘한 도시국가로 바뀐 가상의 공간이 배경이다.‘타운’이라 불리는 이 도시 국가는 두 계층으로 이뤄져 있다. L은 자본이나 기술, 전문지식을 갖춘 주류다. L2는 범죄 경력이 없는 데도 주민자격도 없이 ‘사하맨션’에 살면서 더럽고 힘든 일을 한다. 이들은 ‘저들만의 나라’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철거 직전의 공간에서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는 어정쩡한 존재들이다.


조 작가는 “‘사하’는 러시아 연방에 속한 한 공화국에서 이름을 따왔다”며 “인간의 거주지 중 최저 기온인 영하 70℃를 기록하고 더울 때는 30℃ 넘게 올라가는 등 온도 차가 100℃ 이상 나지만 세계 다이아몬드의 50% 가량이 매장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사하맨션’은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보석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뜻으로 비주류들에 대한 희망의 은유로 봐달라는 게 작가의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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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하맨션’은 밀리언셀러 ‘82년생 김지영’보다 먼저 구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는 1993년 철거된 홍콩의 구룡성체라는 마을을 모티브로 사하맨션이라는 공간을 구체화했다. 조 작가는 “2층짜리 작은 주거지였던 이곳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이 계속해 몰려들고 증축하면서 인구 밀도가 매우 높아졌다”며 “버림받은 사람들의 공동체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82년생 김지영’은 100만 부 이상이 팔려 나가면서 페미니즘, 젠더 감수성 등 여성 관련 담론을 확대 재생산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대만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젠더 갈등이 커진 요즘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산다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페미니즘 소설가’는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지만 페미니즘 소설을 쓰는 엄마로 사는 것은 어렵다”며 “요즘 청소년 세대는 상반된 문화가 상당히 충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조 작가는 페미니즘이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신간에도 본국에서 낙태 시술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해 도망쳐 온 꽃님이 할머니, 위안부 할머니들을 연상하게 하는 노란 나비 등 페미니즘의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특유의 예민한 감수성으로 표현됐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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