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가스기업 린데코리아 인수 후 경영에 나선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IMMPE는 그 동안 중소기업을 직접 경영하는 데 그쳤지만 1조 3,000억원에 인수한 린데코리아도 성공하면 경영권 바이아웃 운용사로 한 단계 더 발돋움 할 수 있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IMMPE는 최근 린데코리아의 사명을 에어퍼스트로 바꾸고 대표이사에 이수연 전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부회장을 영입했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국내 산업용가스 전체 시장의 2위로 4위인 린데코리아를 이끌어줄 적임자로 낙점됐다. 이수연 신임 대표는 산업용가스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재직 시절에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20년간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내와 중국, 미국 법인에 산업용가스 제조와 공급설비를 설치했고,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새로운 물질 개발 등을 공동으로 추진했다. 린데코리아 역시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 중 하나여서 이 신임 대표의 역할이 크다.
IMMPE에서는 송병준 대표와 인수 실무를 총지휘한 손동한 부사장이 린데코리아 사내이사를 맡고, 리스크 담당인 이관 부사장은 감사위원으로 린데코리아 경영에 전념한다.
인수후통합(PMI)작업도 시작했다. 이공계 출신이 세운 전문 컨설팅사 룩센트와 손잡고 린데코리아 직원이 참여하는 테스크포스팀을 조직해 회사의 가치 상승을 위한 논의 중이다. IMMPE관계자는 “그 동안과 달리 린데코리아는 첫 1조원 이상 대기업의 경영을 맡은 것”이라면서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주주와 경영자 간 이해관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고 PMI는 회사 실무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기업을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MMPE는 그동안 경영권 사모펀드 중에서도 유독 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편이었다. IMMPE는 와이퍼제조 중소기업인 캐프에 소수지분을 투자했다가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경영권을 인수했다. 김영호 수석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으며 노조와 갈등 끝에 회사를 정상화 시킨 후 매각했다. 커피프랜차이즈인 할리스커피는 인수를 맡았던 김유진 이사가 IMMPE에서도 자리를 정리하고 할리스커피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다만 린데코리아는 이제까지 경영했던 기업보다 규모가 크고, 산업용 가스는 전문 영역인 만큼 IMMPE 역시 긴장감을 갖고 있다. 잘 경영해 재매각에 성공하면 해외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처럼 투자 뿐 아니라 경영에 일가견이 있다는 호평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라면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린데코리아가 영위하는 산업용가스 제조와 공급은 반도체·LCD·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에 속한 대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대성산업가스를 제외하면 린데코리아와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에어리퀴드 등 글로벌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한 번 대기업과 거래 관계를 맺으면 고객사의 공장에 공급시설을 짓고 20년 이상 계약을 이어가기 때문에 안정적인 사업이다. 그러나 가스 공급을 위한 설비 하나에만 수천억원이 들 정도로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다.국내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2017년 대성산업가스를 1조 1,3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이제 막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린데코리아는 기흥과 화성에 반도체, 서산과 당진에 석유화학, 포항에 철강 기업을 위한 산소·질소 등 산업용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규라인의 구축에 따라 기흥공장에 2기의 수천억원 규모 질소 제너레이터를 증설해 2019년 4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IMMPE가 비교적 높은 가격에 린데코리아를 인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삼성전자 신규수주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존 계약 중에는 1999년부터 한화토탈과 15년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만료 시점인 2015년부터 다시 15년을 연장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공급과 비상시 백업기능이 중요하고 공급사 역시 한 번 대규모 설비투자를 해 놓으면 그 자체가 경쟁력이 되기 때문에 계약 갱신률이 높다. 린데코리아 역시 갱신률이 75%에 달한다.
다만 린데코리아가 성장의 발판이던 글로벌 본사와 떨어져 IMMPE 품에 오면서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술력과 고객 네트워크 등이 끊어질 수 있다”면서 “새로운 고객 발굴보다는 기존 고객 유지로 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산업용가스 시장에서 아직 규모는 작지만, 고부가가치가 있는 특수가스인 엑시머레이저가스와 헬륨은 글로벌 린데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IMMPE의 인수대상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