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여자오픈을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제74회 대회를 앞두고 US 여자오픈 사상 가장 역사적인 우승 5선을 꼽았다. 70년이 넘는 역사상 가장 멋진 우승은 지난 1998년 박세리의 연장 우승이었다. 연장 20번째 홀에서 터진 6m 끝내기 버디 퍼트 영상에 USGA는 “한국민에 큰 영감을 준 우승”이라고 자막을 넣었다.
여자골프 최고 대회인 US 여자오픈은 한국 선수가 가장 많이 우승한 메이저대회다. 1998년 박세리를 시작으로 2017년 박성현까지 20년간 9승을 쌓았다. 특히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7승을 쓸어담았다. 팬들은 올해 대회에서 영광의 10승 고지가 정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US 여자오픈은 총상금 500만달러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대 상금을 자랑하고 우승상금도 90만달러(약 10억6,000만원)에 이른다. 5대 메이저 중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최고 권위의 대회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로 30일 오후(한국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CC(파71·6,535야드)에서 열린다.
전체 156명의 출전 선수 중 한국인이 21명으로 13%가 넘는다. 주최 측은 28일 대회 공식 인터뷰 첫 순서의 주인공으로 ‘골프여제’ 박인비를 내세웠다. 이미 메이저 모든 대회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는 메이저 통산 7승 중 US 여자오픈에서 2승(2008·2013년)을 챙겼다. LPGA 투어 통산 19승에 1년 넘게 묶여 있는 그가 이 대회 우승으로 20승을 채운다면 그보다 멋진 시나리오는 없을 것이다. 박인비는 올 시즌 준우승 한 차례로 상금 24위에 머물고 있지만 최근 국내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에 출전해 빠른 그린에서의 플레이를 점검하며 자신감을 확인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박수를 받으며 우승까지 내달렸던 박성현과 2009년 우승자 지은희, 2011년 챔피언 유소연도 우승 후보다. 시즌 첫 메이저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공동 52위에 그쳤고 지난주 대회에서 공동 35위에 머물렀던 박성현이지만 한번 불 붙으면 얼마든지 몰아치기가 가능한 스타일이다. 2017년에도 4개 대회 연속 톱10 진입에 실패하다가 이 대회에서 덜컥 우승했다.
이 대회 우승 경험자들 말고도 한국 군단의 진용은 화려하기만 하다. 고진영은 세계랭킹, 상금, 올해의 선수 포인트, 평균타수, 그린 적중률 1위의 위엄을 US 여자오픈까지 이어가려 한다. 앞선 이 대회 두 차례 경험도 공동 15위와 17위로 나쁘지 않았다. ANA 인스퍼레이션에 이어 메이저 2연승에 도전한다. 김세영은 메이저대회 코스 세팅과 맞먹는 까다로운 환경의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이달 초 우승해 메이저 첫 승 준비를 마쳤고 김효주는 지난해 연장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으려 한다. 최근 8개 메이저대회에서 8명의 각기 다른 우승자가 나왔고 최근 10년간 US 여자오픈에서도 10명의 각각 다른 얼굴이 정상을 밟았다.
US 여자오픈을 처음 치르는 찰스턴CC는 최고 메이저 코스답게 아주 까다롭다. 벙커가 총 99개에 이르며 크기와 높이 등 난도가 다 다르다. ‘사자의 입’이라는 별칭이 붙은 16번홀은 그린 양옆은 물론 그린 안에도 벙커가 있다. 대부분의 그린이 우뚝 솟은 형태여서 페어웨이에서 그린 표면이 잘 안 보이고 파4 홀은 대체로 길다. 파5 홀은 2온이 가능한 곳도 있는데 여기서 반드시 버디를 잡고 넘어가야 우승 기회를 살릴 수 있다. 디펜딩 챔피언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페어웨이가 비교적 넓은 대신 그린도 크다. 그린 위 플레이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인비와 고진영은 호주동포 이민지와 함께 30일 오후8시44분에, 박성현은 쭈타누깐, 렉시 톰프슨(미국)과 같이 오후9시6분에, 유소연·전인지·양희영은 오후9시28분에 각각 10번홀을 출발한다. 국내 투어의 김지현, 일본 투어의 신지애도 출사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