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및 캐피털 업계를 대변하는 차기 여신금융협회장 선출을 앞두고 카드사 노조가 이례적으로 관(官) 출신 협회장 후보들을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30일 열릴 1차 투표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8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 앞에서 카드사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협회를 망쳐온 관료들에게 협회를 내줄 수 없다”며 “차기 협회장으로 관료 출신 인사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차기 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10명 중 관 출신 인사는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행시 23회), 최규연 전 조달청장(행시 24회),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행시 25회), 이기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한국은행 출신) 등 총 4명에 달한다. 민간에서는 정수진·정해붕 전 하나카드 사장, 고태순 전 NH농협캐피탈 사장, 이상진 전 IBK캐피탈 사장, 이명식 상명대 교수가 출사표를 던졌다.
카드사 노조가 이례적으로 관 출신 협회장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연간 8,000억원 규모로 카드 수수료를 인하함에 따라 카드사는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업계가 부가서비스 축소 등 대응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당국은 이를 외면했다. 카드사 노조는 “관료 출신 협회장이 협회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2중대로 만들었을 뿐”이라며 “카드 업계 종사자들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발언을 일삼는 금융당국과 이런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관료들이 인제 와서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협회장 선거에 나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 어느 때보다 여신금융업에 전문성이 있고 현 정부 정책의 부당함에 맞설 수 있는 인사가 협회장으로 선출돼야 한다”며 “몇 년 동안의 고액연봉을 노리고 편안히 행사나 다니려는 관료 출신들에게 회원사들의 부담으로 만든 협회를 맡길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정작 투표 당사자인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관 출신 인사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 신용카드사의 CEO는 “민간 출신 협회장은 당국과의 소통에 한계가 있어 정부 정책에 목소리를 내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협회 회추위는 30일 1차 투표를 통해 10명의 회장 후보군을 3명 이내로 추려내고 다음달 7일 면접과 함께 2차 투표를 통해 최종 추천 후보 1인을 선정할 예정이다. 회추위는 카드사 CEO 8명과 캐피털사 CEO 7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