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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워치]회사는 거짓말…정부는 부실 검증…인보사 'K바이오' 신뢰 먹칠

코오롱생명과학은 허위자료

식약처는 심사 제대로 안해

주주 피해·대주주 책임론도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이 28일 충청북도 청주시 오송 식약처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식약처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이 28일 충청북도 청주시 오송 식약처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식약처




2915A01 국산 29호 신약


‘세계 최초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치료제’라는 타이틀도,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20년 뚝심’인 동시에 그의 ‘네 번째 자식’이라는 수식도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K바이오’를 차세대 3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한다면서도 허가 신청 때부터 사기로 점철된 의약품을 버젓이 시장에 내놓게 한 정부 당국의 무능 역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28일 청주시 오송에서 인보사 사태 최종 브리핑을 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의 주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된 자료와 다른 것으로 확인했고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를 받기 위해)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며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연구개발(R&D) 과정에 약 1,100억원이 투입된 인보사는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됐다. 인보사는 지난해 말 돌연 퇴임한 이 전 회장의 야심작이었다. 지난 1996년 회장에 오른 후 그룹의 새로운 동력으로 바이오 산업을 택해 20년간 공을 들였다. 결국 인보사는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이자 국산 신약 29호로 허가를 받았다. 이후 글로벌 제약사들의 ‘러브콜’과 미국 임상 3상 개시 등으로 K바이오의 대표주자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보사의 명성은 거기서 끝이었다. 미국 임상 과정에서 주성분 중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293유래세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3월31일 제조·판매가 중지됐다. 이후 식약처가 60일간의 조사를 거쳐 허가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출시된 지 1년8개월 만이다.



한때 코오롱그룹의 도약을 이끌 ‘구원투수’ 라는 찬사를 받았던 인보사는 그룹의 명운을 옥죌 ‘독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 전 회장은 물론 코오롱생명과학 및 티슈진, 이우석 대표 등이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돼 검찰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아울러 이미 움직임이 시작된 주주·환자들과 기나긴 소송전을 치러야 한다. 여기에 해외 제약사들과 체결한 1조원가량의 기술 및 제품 수출도 소송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금전적 손실 외에 이제 막 성장궤도에 진입하려는 국내 바이오 산업의 대외적 신뢰가 곤두박질치게 된 점이 더욱 뼈 아픈 지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이날 식약처가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한 직후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주식매매 거래를 정지했다.
/오송=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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