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치료제’라는 타이틀도,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20년 뚝심’인 동시에 그의 ‘네 번째 자식’이라는 수식도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K바이오’를 차세대 3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한다면서도 허가 신청 때부터 사기로 점철된 의약품을 버젓이 시장에 내놓게 한 정부 당국의 무능 역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28일 청주시 오송에서 인보사 사태 최종 브리핑을 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의 주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된 자료와 다른 것으로 확인했고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를 받기 위해)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며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연구개발(R&D) 과정에 약 1,100억원이 투입된 인보사는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됐다. 인보사는 지난해 말 돌연 퇴임한 이 전 회장의 야심작이었다. 지난 1996년 회장에 오른 후 그룹의 새로운 동력으로 바이오 산업을 택해 20년간 공을 들였다. 결국 인보사는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이자 국산 신약 29호로 허가를 받았다. 이후 글로벌 제약사들의 ‘러브콜’과 미국 임상 3상 개시 등으로 K바이오의 대표주자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보사의 명성은 거기서 끝이었다. 미국 임상 과정에서 주성분 중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293유래세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3월31일 제조·판매가 중지됐다. 이후 식약처가 60일간의 조사를 거쳐 허가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출시된 지 1년8개월 만이다.
한때 코오롱그룹의 도약을 이끌 ‘구원투수’ 라는 찬사를 받았던 인보사는 그룹의 명운을 옥죌 ‘독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 전 회장은 물론 코오롱생명과학 및 티슈진, 이우석 대표 등이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돼 검찰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아울러 이미 움직임이 시작된 주주·환자들과 기나긴 소송전을 치러야 한다. 여기에 해외 제약사들과 체결한 1조원가량의 기술 및 제품 수출도 소송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금전적 손실 외에 이제 막 성장궤도에 진입하려는 국내 바이오 산업의 대외적 신뢰가 곤두박질치게 된 점이 더욱 뼈 아픈 지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이날 식약처가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한 직후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주식매매 거래를 정지했다.
/오송=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