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은 단순 세습이 아니라 경영권의 계속성 위한 것입니다. 상속 주식이나 부동산을 팔아야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다면 경영권 방어수단이 부족한 우리 현실을 볼 때 투기자본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경총이 개최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 토론회’에서 “현행 상속세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손 회장은 이날 정해진 인사말에 작심 발언을 더했다. 최대 50%로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가 기업가의 열정과 투자 의지를 꺾는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과도한 상속세는) 열심히 일해서 모은 자산을 물려주려는 마음과 일할 의욕을 꺾을뿐더러 개인의 투자심리도 약화시킬 것”이라며 “상속은 ‘부의 세습’이 아닌 기업의 영속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기업인의 과감한 투자와 열정, 신사업 개척정신, 불굴의 기업가정신이 없었으면 한국 경제 성공 신화는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상속세를 완화하는 것은 기업 경영의 영속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속세 실효세율이 낮은) 외국 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속세 완화 요구가 잇따르는 이유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은 우리 기업과 창업자가 늙어가고 있어서다. 기업이 지속돼야 축적된 기술로 국가 경쟁력과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선진국의 산업이 고부가가치로 가는 과정에서 겪는 이른바 ‘축적우위’다. 우리 기업도 축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선진국 수준에 맞춰 상속세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산업 경쟁국인) 일본과 독일·미국보다 상속세가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상속세를 내는 비율인 실효세율이 한국은 28.09%인데 일본은 12.95%, 독일은 21.58%, 미국은 23.86%라는 것이다. 특히 기업 상속이 이뤄졌을 경우 상속세가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구간에 해당해 실효세율이 32.3%까지 높아진다. 특히 우리나라의 명목상속세율 (50%)은 최고 수준으로 상속받은 주식을 팔아야 세금 납부가 가능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대기업들의 경우 상속 과정에서 막대한 금융자본으로 기업 주식을 빨아들이는 글로벌 투기자본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민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국제적 추세를 감안해 우리나라도 상속세율을 소득세 최고세율인 42%(프랑스 방식)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며 “승계 후 고용 유지 조건과 업종 변경 제한, 사후관리기간, 최대주주 할증 평가제도도 미국과 일본·독일의 사례 등을 참고해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산업의 허리인 중소기업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토론에 나서 “국내 장수기업 대부분(80.7%)이 중소기업”이라며 “장수기업 대표자의 평균 연령이 60.2세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분석에 따르면 장수기업 대표자가 70세 이상인 기업은 18%로 비장수기업(업력 50년 미만) 5.8%의 세 배에 달했다. 장수기업이 경영을 지속하며 일자리와 기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승계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신 연구위원은 상속보다 증여 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경우 생전에 단계적으로 승계가 가능한 토대를 만들어 경영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신 연구위원은 “경제를 젊게 하고 승계 효과를 증대하기 위해 증여제도를 실효성 있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