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천리자전거, 재고 염가처리 등 매출 '뚝'...실적개선 '전기자전거'에 달렸다

[기업 톺아보기-수익 갈수록 나빠지는 삼천리자전거]

저출산에 미세먼지 겹쳐 이용객↓

재고자산 작년 157억까지 불어나

올 1분기 매출 8% 줄어 176억원

올들어 '전기자전거 대중화' 선포

69만원대 파격가 '팬텀이콘' 선봬

"시장반응 좋다" 기대감 내비쳐

일산에 자리한 삼천리자전거 창고형 할인매장이 찾는 사람이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서울경제DB일산에 자리한 삼천리자전거 창고형 할인매장이 찾는 사람이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서울경제DB


국내 1위 자전거업체인 삼천리자전거(024950)의 실적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적자 전환한 가운데 올 1·4분기에는 영업손실 폭이 더욱 커졌다. 저출산으로 시장 자체가 작아지고 있는 데다 미세먼지 등으로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전기자전거 시장에서 2위 업체인 알톤스포츠에 ‘선수’를 뺏긴 것도 영향을 끼쳤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재고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이를 털어내기 위해 염가 판매라는 ‘극약 처방’에 나선 게 수익 악화에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삼천리자전거 입장에선 올해 전기자전거 시장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비용은 그대로인데…매출액은 10% 가까이 빠져=28일 자전거업계에 따르면 삼천리자전거는 올해 1·4분기에 영업손실 20억3,300만원(별도 기준)을 기록했다. 전년(12억7,700만원)보다 7억원 늘었다. 주목을 끄는 점은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가 전년 동기 대비 줄었는데도 영업손실 폭이 커졌다는 데 있다. 올해 1·4분기 삼천리자전거의 판관비는 69억10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77억7,900억원보다 9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매출원가도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매출원가는 올 1·4분기 128억3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127억5,5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매출액은 같은 기간 192억5,700만원에서 176억7,100만원으로 8.3% 감소했다. 이러다 보니 매출원가율은 72.6%까지 치솟았다. 지난 3년간 매출원가율이 65~66%대를 유지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2배 불어난 재고 처리에 ‘저가세일’까지=이처럼 매출원가율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창고에 남는 자전거, 즉 재고자산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삼천리자전거의 재고자산은 2016년 63억6,500만원에서 2017년 73억2,600만원으로 증가했다. 급기야 지난해엔 157억5,100만원으로 급증하며 전년 대비 2배나 불어났다. 재고자산회전일수는 같은 기간 23.38일에서 32.24일로 늘었다가 2018년엔 75.25일까지 치솟았다. 자전거 재고가 판매로 이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지난 3년간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재고 판매가 악화하는 이유로는 저출산이 꼽힌다. 전통적으로 자전거는 유소년층이나 20대 등 나이가 비교적 적은 계층에서 찾는 제품이다. 여기에다 자전거 시즌인 봄과 가을이 점차 짧아지고 있는데다 지난해엔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자전거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줄었다. 더구나 마니아층은 가격대가 높은 외국산 자전거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비교적 대중적인 가격대를 지향하는 삼천리자전거 입장에선 내수시장 위축을 그대로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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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저가형 전기자전거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한 것도 실적 악화 원인으로 지목된다. 알톤스포츠는 지난해 접이식 전기자전거 ‘니모FD’를 출시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니모FD는 8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과 기동성을 인정받아 출시 3주 만에 전국 대리점에 매진됐다. 니모FD는 버스·택시·도보로 이동하기 모호한 거리를 통근해야 하는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삼천리자전거는 4개월 뒤 20인치 전기자전거를 내며 추격에 나섰지만 알톤스포츠가 선점한 소형·저가형 전기자전거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다 보니 삼천리자전거 입장에선 ‘악성재고’가 불어날 수밖에 없었다. 삼천리자전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늘어난 재고자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저가에 상품을 판매해야 했다”며 “이 과정에서 매출원가율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지난해 말 기준 151억4,500만원이었던 상품재고자산(미착품 제외)은 올 1·4분기 말 147억300만원으로 소폭 줄었다. 이와 관련해 삼천리자전거 측은 “저가판매 영향으로 재고는 어느 정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전기자전거 시장 석권 가능할까=삼천리자전거는 지난해 승기를 뺏겼던 전기자전거 시장에서 승부수를 내거는 모습이다. 올해 초 69만원대의 전기자전거 ‘팬텀 이콘’을 출시하며 ‘전기자전거 대중화’를 선포하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이때까지 삼천리자전거의 전기자전거 가격대가 90만원 이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이다. 이를 두고 지난해 저가형 전기자전거 부문에서 알톤스포츠에 내줬던 승기를 뺏어오기 위해 ‘치킨 게임’을 걸어오는 모양새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전기자전거 라인업도 13종으로 확대해 제품 선택폭도 넓혔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대중적인 가격대를 달고 나온 만큼 시장에서 팬텀 이콘에 대한 반응이 좋다”며 “향후 팬텀 이콘이 올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공유 전기자전거’ 서비스도 삼천리자전거의 실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삼천리자전거는 지난해 12월 카카오모빌리티와 업무협약을 맺어 공유 전기자전거 서비스에 착수하기로 손을 잡은 바 있다. 공유자전거 서비스는 지난 3월 인천 연수구 등에서 선보이기 시작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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