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을 두고 정부와 재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주주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주주의 주총 참여 확대를 위해 △사업보고서 공개 후 주총 소집공고 및 주총 개최 의무화 △주총 소집공고 기간 연장 △의결권 행사 및 배당 기준 시기 조정 등의 방안을 마련해 관련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러한 방안이 상장사 부담만 가중시키고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반발한다.
정부의 주총 내실화 방안 관련법 개정에 앞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28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공청회에서는 주총 활성화에 대한 정부와 재계의 입장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송민경 KCGS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현행 제도에서는 주주의 충실한 의결권 행사를 위해 필요한 정보 공개가 제약돼 있다”며 “결산 기말을 기준으로 주총 3개월 이내로 정해진 의결권 행사 기간은 실제 주주와 의결권 행사권자가 다른 ‘공투표’ 문제로 이어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결산 기말이 기준인 배당권리 역시 합리적인 투자를 위해 배당이 결정되는 주총일 근처로 변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한석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은 “주총 내실화는 법무부가 추진 중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과 같은 방향”이라며 “주주 의사가 충실히 반영된 경영진 구성과 올바른 의사결정을 통해 기업 가치를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주총에서 사업연도 재무제표, 배당 등의 내용이 확정되는데 정부 방안에 따르면 주총 재무제표, 배당 등 승인권한이 형식상 권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총 소집공고 기간 연장 방안에 대해서도 “주총 승인이 필요한 합병 등 구조조정, 주식·사채 발행 등의 업무 처리 기간 지연으로 해당 기업의 비용 및 리스크가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일률적인 기준을 정하면 결국 다른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혜택 제공을 통해 기업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상장사 IR 담당자들은 주주들의 무관심과 최대주주 지분 중 3%만 의결권을 인정하는 ‘3%룰’ 등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IR 담당자는 “주총 시즌마다 여러 방법으로 주총 참여를 권유해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며 “주총 개최 시기 분산보다는 전자투표제를 강화하거나 실효성 있는 의결권 대리행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주총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