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행정소송으로 시간벌며 美 임상 재개 추진...코오롱의 '마지막 카드'

[인보사 사태 거센 후폭풍- 코오롱 대응 시나리오는]

코오롱 "식약처도 안전·유효성 인정" 내달 소송전

美선 시판전...'임상 3상' FDA 승인만 있으면 가능

허위서류에 293세포 문제까지...반전 쉽지 않을듯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퇴행성 관절염 세포 치료제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를 결정한 지난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은 “조작 또는 은폐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품목허가 제출자료가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사기’를 벌인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어쩌면 그룹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이번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코오롱 측은 마지막 카드를 써야 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들고 있는 카드는 ‘식약처를 상대로 한 행소소송 제기’와 ‘미국 임상 3상 재개’뿐이다. 성공 여부를 떠나 코오롱은 이 두 가지 카드를 통해 반전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29일 정부 부처와 업계 등에 따르면 식약처는 전날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품목허가 취소에 대한 사전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품목허가 취소는 곧바로 이의신청으로 간주된다. 청문회는 6월10일 이후 개최될 것으로 보이며 코오롱이 청문회 결과에도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소송은 정부로부터 취소 통보를 받은 후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요건이 성립한다. 이르면 다음달 중으로 코오롱이 식약처를 상대로 한 소송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행정소송까지 아직 한두 달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주주 및 환자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코오롱생명과학이 순순히 허가취소 처분을 받아들이지 않을 만큼 행정소송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 측의 미국 임상 3상 재개 시도는 확정된 시나리오다. 국내에서는 허가신청 자료와 다른 성분으로 시판됐다는 점이 문제가 됐지만 미국은 아직 시판 전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바뀐 성분(신장세포)으로 임상을 마쳐 재기를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미국 임상 3상 재개를 위해 6월 내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요구한 서류를 모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계에서도 품목변경을 통한 FDA의 임상 재개 승인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1,000명 규모의 미 임상 3상에서 실제로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는 10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퇴행성 관절염 세포 치료제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한 지난 28일 서울 강서구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식품의약품안전처가 퇴행성 관절염 세포 치료제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한 지난 28일 서울 강서구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코오롱이 식약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큰 이유로 미국 임상과 국내외 안팎에서 제기되는 막대한 소송전을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하고 있다. 허가서류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통보를 그대로 수용하게 되면 임상 재개는 고사하고 1조원대의 수출계약이 줄줄이 파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 먼디파마에 인보사의 일본 판권을 넘기면서 맺은 6,6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계약 외에도 중국(2,300억원), 사우디아라비아(1,000억원), 홍콩·마카오(170억원), 몽골(100억원) 등의 공급계약을 맺은 상황이다. 미국 임상 3상마저 좌절되면 이 같은 계약은 모두 파기될 뿐 아니라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의 사례처럼 계약금 반환 소송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당장 먼디파나는 이번 ‘인보사 사태’ 이후 300억원의 계약금 중 잔금 150억원에 질권을 설정했다. 식약처가 판매재개를 승인하고 FDA가 임상 3상 재개를 허락하면 풀리는 조건이다.

하지만 코오롱 측의 투트랙 전략이 전세 역전을 가져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오롱이 허위서류 제출이라는 원죄가 있는데다 293세포의 종양원성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행정소송은 정부의 처분에 대한 위법성을 다투는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문제처럼 사안이 복잡하다면 행정소송이 길어질 수 있겠지만 코오롱 측이 허위서류 제출이라는 기망행위를 통해 품목허가를 받았다면 정부를 상대로 승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FDA가 본국에서조차 퇴출된 약을 승인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특히 신장유래세포를 활용한 치료제는 종양원성 때문에 항암제를 제외하고는 임상시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인보사는 많은 돈을 들여 임상3상을 진행할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박홍용·우영탁기자 prodigy@sedaily.com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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