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대선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의 유력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간 치열한 공방전의 중심에 엉뚱하게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리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능지수(IQ)가 낮은 멍청이’라고 한 북한의 맹공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적 장소에서 맞장구를 친 것을 두고 워싱턴 정가에서 논란이 가열되면서 김 위원장이 미 대선의 승기를 잡기 위한 양측 ‘이슈 몰이’의 중심인물이 된 것이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 캠프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3박4일간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미국 땅을 밟자마자 성명을 내 “같은 미국 국민이자 전직 부대통령에게 맞서 잔인한 독재자 편을 든 것 자체가 대통령직에 걸맞지 않은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논란의 시작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한 것을 상기시키며 “그(김 위원장)가 조 바이든을 IQ 낮은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미소를 지었다”고 한 데서 시작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북측의 비난은 18일 그가 유세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독재자’와 ‘폭군’으로 지칭한 데 대한 반발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북측의 비난에 트럼프 대통령이 맞장구를 치면서 양측의 신경전에 불이 붙었다.
미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은 바이든을 ‘IQ가 낮은 멍청이’, 그 외에도 많은 것들로 불렀지만 나는 훨씬 부드럽게 ‘IQ가 낮은 사람’이라고 했다”면서 조롱을 이어갔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맹공에 대해 “재선에 도움이 된다면 미국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든 논란이 있는 외국 지도자까지 과감히 끌어들여 ‘이슈 몰이’를 한다”고 평했다. 실제 이날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연임을 목표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캠페인에서 인물보다 이슈를 놓고 결론이 난다면 재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그가 대통령 자질을 갖췄다는 응답은 40%로 나왔지만 자신에게 중요한 사안인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의한다는 응답은 47%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