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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향기] 만국전도

국내에서 제작된 가장 이른 시기의 세계지도인 ‘만국전도’. /사진제공=문화재청국내에서 제작된 가장 이른 시기의 세계지도인 ‘만국전도’. /사진제공=문화재청



함양 박씨 정랑공파 문중에는 대대로 전해오는 책과 기록물이 많았다. 조선 후기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중 연대가 오래된 것과 희귀한 것,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 7점 46점이 1989년에 보물 1008호로 지정됐다. 의병장으로 활약한 조선의 유학자 나암 박주대(1836~1912)가 구한말 격변기의 세태를 연대기적으로 기록한 ‘나암수록’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지난 1993년 9월 발생한 도난사건으로 보물 1008호 유물 중 133×71.5㎝의 ‘만국전도’가 사라졌다. 여필 박정설(1612∼미상)이 1661년에 채색 필사한 이 만국전도는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식 세계지도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됐다고 알려진 중요한 유물이다. 이탈리아 출신 선교사가 1623년 편찬한 한문판 휴대용 세계지리서인 ‘직방외기(職方外紀)’에 실린 만국전도를 확대해 베껴 그린 것으로, 타원 투영법으로 완성한 지도에 바다와 육지가 각기 다르게 채색됐다. 한반도가 비교적 중심에 자리잡고 유라시아 대륙과 아프리카가 왼쪽, 아메리카 대륙이 오른쪽에 배치됐다. 중국을 중심에 두고 한반도를 크게 묘사한 15세기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와 달리 과학적이고 사실적이며, 17세기 조선 지식인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문화재다. 이 귀한 유물을 도난 25년 만에 되찾았다. 경찰과 문화재청 단속반이 검거한 문화재 사범은 지난해 8월 ‘만국전도’와 유물들을 입수한 후 자신이 운영하는 벽지 안쪽에 숨겨뒀다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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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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