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최소한의 밥벌이] 매너리즘에 빠진 기자, 흙에서 행복을 줍다

■곤도 고타로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30년 넘게 기자로 일한 베테랑 언론인은 어느 날 자신보다 후배인 상사에게 한적한 시골로 지방 발령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새로운 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시점이었다. ‘시골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상사의 물음에 이 기자는 이렇게 답했다. “직접 벼농사를 지으면서 글을 쓸 거야.”


일본 언론인 곤도 고타로가 쓴 ‘최소한의 밥벌이’는 초짜 농부의 벼농사 도전기를 담았다. 상사에게 꼬리를 흔드는 ‘사내 정치’보다는 그저 ‘글쓰기’가 좋아 기자라는 직업을 택했던 저자는 하루 한 시간만 벼농사를 지으며 스스로 먹을 쌀을 재배하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쓰고 싶었던 글을 마음껏 쓰는 데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마음먹고 회사를 설득해 내려간 곳이 규슈의 왼쪽 끝에 있는 ‘이사하야’라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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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고타로는 텃밭을 구하고 생면부지의 동네 아저씨로부터 농사일을 배우면서 점점 시골 생활에 적응해나간다. 평생을 도시에서만 살았던 초보농부가 고군분투하면서 스스로 일상의 새로운 양식을 개척하자 본업인 글쓰기에도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좌충우돌하는 시골 생활을 연재한 기사는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다양한 출판사·잡지에서 원고 청탁이 쏟아졌다.

정신없는 몰입감으로 책을 다 읽고 나면 ‘최소한의 밥벌이’는 인생 2모작의 한 방편으로서 귀농을 예찬하는 저서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보다는 일상의 매너리즘에 빠진 한 중년 남자가 뒤늦게 발견한 삶의 행복을 일러주는 ‘인생 예찬’에 가깝다. 애정 가득한 12쪽 분량의 추천사를 쓴 경제학자 우석훈은 “귀농·귀촌 성공기를 들려주는 도서는 이미 많지 않은가”라며 “이 책은 ‘어영부영 살다 비로소 삶에 발 디딜 발판을 찾은 사람’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1만6,000원.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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