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 국가의 위기 '선택적 변화'로 극복하라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영사 펴냄

'총,균,쇠'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핀란드·일본 등 7개국 위기사례 속

당시 지도자들의 판단 비교·분석

핵·기후변화 등 현대 이슈 진단도




재레드 다이아몬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가 6년 만에 신작 ‘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를 영어와 한국어판으로 동시 출간했다. 책은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에 이어 60년 문명사 연구의 총결산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작들이 국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데다 다이아몬드 교수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각별해 올해 기대작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그는 신작에서 역사·지리·인류·언어·생물·심리 등 다양한 학문적 지식을 동원해 현대사의 역동적인 변화를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꼼꼼하게 관찰하고 통찰한다. 이전 저작들이 문명사의 담론을 펼쳤다면 이번에는 핀란드·일본·독일·호주·미국 등 7개국을 비교 분석해 국가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는지 다룬다. 책은 역사학자들의 전통적인 서술방식인 이야기체(narrative style)로 쓰여 져 방대한 분량과 진지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책장이 가볍게 넘어간다. 이야기체란 2400년 전 그리스의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가 개발해 역사학의 근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이다.

우선 그는 국가 위기 해결을 위한 12가지 핵심 요인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①국가가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적 합의 ②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책임의 수용 ③해결해야 할 문제를 규정하기 위한 울타리 세우기 ④다른 국가의 물질적·경제적 지원 ⑤문제 해결 방법의 본보기로 삼을 만한 다른 국가의 문제 해결 사례 ⑥국가 정체성 ⑦정직한 자기평가 ⑧역사적으로 과거에 경험한 위기 ⑨실패에 대처하는 법 ⑩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 ⑪국가의 핵심가치 ⑫지정학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 등이다.

겨울전쟁(1939년11월 30일~1940년 3월 13일) 당시 하얀 위장복을 입은 핀란드 군. 이들은 스키로 숲을 가로질러 이동하며, 길을 따라 종대로 전진하던 소련군을 공격했다. /사진제공=김영사겨울전쟁(1939년11월 30일~1940년 3월 13일) 당시 하얀 위장복을 입은 핀란드 군. 이들은 스키로 숲을 가로질러 이동하며, 길을 따라 종대로 전진하던 소련군을 공격했다. /사진제공=김영사


핀란드의 경우 현재 1인당 평균소득이 독일과 스웨덴과 비슷한 부국이다. 인구 550만 명에 불과한 변방의 소국이 선진국이 된 데는 비극적인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이다. 1939년 11월 30일 소련의 침공으로 이른바 ‘겨울전쟁’이 발발한다. 잠재적인 동맹국들로부터 버림받은 핀란드는 국가적 독립 유지조차 위협받았다. 이후 핀란드는 소련의 신뢰를 얻기 위해 대통령 선거를 연기하고 언론사를 자체 검열하는 등 민주주의 원칙조차 일부 포기했다. 서방에서는 이런 굴욕적인 외교 정책을 두고 ‘핀란드화’라는 비웃음 섞인 딱지를 붙였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교수는 핀란드가 정직한 자기평가를 통해 소련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유연하게 대응한 게 오늘날 핀란드의 부흥을 이끌었다고 평가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외부 충격에 잘 대응한 사례다. 일본은 1853년 미국 매슈 페리 제독의 함대와 마주치자 시간을 벌면서 쇄국 정책을 포기하고 메이지유신을 단행했다. 유럽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군사·정치·외교·교육·문화 등 일본 사회는 완전히 바뀌었다. 저자는 당시 지도자들이 포기해야 할 것과 유지해야 할 것을 잘 판단한 결과 일본이 고유의 특징을 보존한 부유한 산업국가로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반면 일본의 태평양 전쟁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라고 비판한다. 메이지 시대와 달리 경험이 없는 젊은 군사 지도자들이 현실적이고 신중한 자기평가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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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독일군이 북유럽평원을 따라 폴란드를 침공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영사1939년 독일군이 북유럽평원을 따라 폴란드를 침공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영사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와중에 위기를 맞았다. 독일은 나치 시대의 유산, 서독과 동독 분할 등 여러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독일은 지정학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과거 적대국들과 관계 회복이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책임의 수용’, 즉 치열한 자기 반성을 거듭했다. 그 결과 전범 국가라는 오명을 벗은 데 이어 유럽의 최강대국으로 올라섰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정체성이 문제였다. ‘영연방’이라는 기존의 핵심 가치가 변화한 환경에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해 ‘백호주의’를 폐기하고 아시아계 이민자를 받아들였다. 나아가 아시아태평양 국가라는 정체성을 새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미국, 일본의 현재 위기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미국은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최근 20년 동안 미국은 정치적 타협에 실패해 연방 정부의 셧다운을 초래하거나 필리버스터를 강행하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것이다. 일본은 낮은 출산율, 여성의 역할, 인구 고령화, 한국 및 중국과 관련한 과거사 문제 등을 위기이자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했다. 또 그는 전 세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로 핵무기 폭발, 기후변화, 자원 고갈, 생활 수준 불평등 등을 꼽았다. 2만4,8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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