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가축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북한 내 중국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베트남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하기 시작했다. 우리로서는 북한이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한반도에 전파된 이상 국내 유입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방역 당국은 10개 접경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유입 차단에 총력 대응에 나섰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사실을 보고했다. 중국 랴오닝성과 가까운 자강도 우시군 소재 한 농장에서 지난 23일 신고됐고, 확진은 25일 나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치료제와 백신이 없어 한 번 감염되면 100% 폐사하는 슈퍼바이러스다. 야생멧돼지나 음식물 쓰레기, 각종 육가공품 등을 통해 전파된다. 사람은 걸리지 않는다. 아직 우리나라에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등지에서 입국하는 여행객의 육가공품 등 휴대물품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에서 발생 사실이 공식 보고되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야생멧돼지 등을 통해 국내 유입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이날 긴급 방역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북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지역이 중국과의 접경지역이긴 하지만 남쪽으로의 전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최초 신고된 게 23일이고, 공식 OIE 보고가 이뤄진 30일까지 일주일의 시차가 있는 만큼 그 기간 감염된 야생멧돼지 국내 유입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순민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북한 정보는 OIE 등 공식 기구를 통해서만 입수할 수 있다”면서 “(미리 발생 사실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입이 현실화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파되면 전국 6,00여개 양돈 농가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늘어나는 수요로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강화군과 파주시, 김포시 등 북한 접경지역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정하고 유입 차단에 나섰다. 이들 10개 지역에는 353개 양돈 농가가 있고 약 3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방역 당국은 10개 지역 주요 도로에 통제 초소와 거점 소독시설을 설치하고 축산 관련 차량에 대해서는 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