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재용의 글로벌경영, '돌아선 일본' 마음 움직였다

'李 행보, 경쟁과 협력의 조화'

닛케이비즈, 분석기사서 호평

"삼성, 日 주요 조달거점

갤럭시폰 출하증가 등 기대"

재계 "민간 외교관 역할 톡톡"

삼성 이재용,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단독 면담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방한 중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 22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부시 전 대통령에게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환경에서 기업의 역할 등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동시에 삼성이 추구하는 지향점과 자신의 의견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 2015년 10월 부시 전 대통령이 ‘프레지던츠컵 대회’ 개막식 참석차 방한했을 때 환담한 이후 4년 만이다. 2019.5.22      k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니케이비즈니스 기사 캡처니케이비즈니스 기사 캡처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의 미래 산업 전략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비메모리반도체에 이어 5세대(5G)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주도의 글로벌 합종연횡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1·4분기 5G 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37%(시장조사업체 델오르)로 1위에 올라섰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은 물론 시장도 이 부회장의 행보를 삼성전자의 미래 전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IT업계는 5월 중순(15~17일) 이 부회장의 일본 방문을 주목하고 있다. 점점 거세지는 글로벌 탈(脫)화웨이 움직임, 일본의 반(反)화웨이 진영 합류, 일본의 5G 시대 내년 개막, 일본 내 화웨이 스마트폰의 성장, 한일 관계 악화 등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시장 환경 변화와 맞물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방일은 삼성전자의 전략변화로 읽혔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미래 산업(5G) 만들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 현지 언론도 이 부회장의 방문을 허투루 보지 않았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지난 30일(현지시간) ‘이 부회장의 방일로 보는 삼성의 본심’이라는 분석기사를 내놓았다. 닛케이는 3가지 관점에서 이 부회장의 행보를 짚었다. 첫째, 삼성이 일본 비즈니스에서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메모리·유기발광다이오드(OLED)패널 등 중간재 납품 위주에서 통신장비 같은 기업간거래(B2B) 품목, 스마트폰 등 완성품으로 비즈니스의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는 게 골자다. 재계의 한 고위 임원은 “화웨이 제품이 미중 마찰로 일본 시장에서 배제되면서 삼성에 기회가 왔다”며 “일본도 그런 각도에서 이 부회장의 행보를 바라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 부회장은 방일 당시 일본 최고 통신업체 NTT도코모·KDDI를 비롯해 도쿄 하라주쿠의 스마트폰 쇼룸을 들렀다. 일본은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5G 시대를 연다. 삼성으로서는 미국과 한국에서의 5G 성과를 바탕으로 일본 시장을 잡아야 한다. 점유율 3.6%(지난해 8월 기준)에 불과한 스마트폰도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치고 올라왔던 화웨이(9.0%)가 주춤한 틈을 타 반전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삼성 간부가 ‘앞으로도 수개월에 한 번 정도 방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한 것도 소개했다.

0115A17 5G통신장비점유율수정


이 부회장의 방일을 삼성과 일본 간 깊어지는 협력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삼성의 반도체·패널·스마트폰·가전 등 핵심사업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줄어 삼성과의 관계를 경합으로 보는 기업인이 줄고 있다고 닛케이비즈니스는 설명했다. 대신 메모리 칩 공급처로서 분업의 파트너이자 스마트폰·패널 등 부족하기 쉬운 디바이스의 안정적 조달처로 삼성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과거 일본 기업으로부터 많은 기술자를 영입해간 삼성이 일본 입장에서는 ‘처마를 빌려줬다 안채를 빼앗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미소를 지어오는 삼성에 대해 경계하기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내다보고 충분한 대가를 얻는 것이 낫다”고 진단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으로서는 오랫동안 일본을 가장 중요한 조달거점으로 활용해왔는데 앞으로도 부품·재료·제조 장비 등에 있어서 일본만 한 곳이 없다”며 “특히 환경 변화로 험지로 통하는 일본에서 갤럭시폰 출하 증가 등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과거 삼성이 보인 일본 기업에 대한 배려도 언급했다. 동일본 대지진 때 피해기업에 무리한 납기요구를 하지 않도록 일본법인에 지시했고 피해를 입은 소니에는 부품을 융통해줬다는 것이다. 또 2013년 곤경에 빠진 샤프에 출자했을 때는 구제 의도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사례들이 삼성과 일본 기업과의 상호 의존이 커진 증거로 제시됐다. 닛케이비즈니스는 특히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사건으로 상고심 일정이 확정되기를 기다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일본을 방문한 점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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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과 일본의 개인적 인연도 소개됐다. 이 부회장이 게이오대 석사 출신이고 부친인 이건희 회장은 와세다대 유학 경험이 있는 ‘지일파’라는 것이다. 최근 한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지만 한국의 국가 대표 기업인 삼성이 양국 관계의 개선에 힘을 보탤 수 있는 현실적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게이오대 출신으로 부친의 일본 인맥까지 흡수한 이 부회장이 삼성의 비즈니스 확대뿐만 아니라 악화한 대일관계 해소를 위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일본도 인정한 게 아니겠느냐”며 “이 부회장이 오너로서 중심을 잡고 삼성을 끌고 가야 국가 경제에도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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