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맡기면 될 일에는 사사건건 간섭하던 청와대가 요즘 정작 앞장서 중재하고 해결해야 할 일에서는 물러나 나 몰라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법인분할은 한국 조선산업의 회생 여부를 가름하는 분수령이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하기까지 공권력은 힘없이 무너졌고 불법과 폭력이 판쳤다. 며칠간 무법천지가 이어졌는데도 청와대는 공식 논평 한마디 없이 수수방관했다. 청와대가 외면하니 산업통상자원부는 통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며 선을 긋고 고용노동부는 개별기업의 일이라며 한발을 뺀 것 아닌가. 타다 서비스 논란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몇 명씩 죽어 나가는데도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타협과 해결을 모색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이 끝나면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런 식으로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면 조선산업만큼 시급한 자동차산업 구조조정도 큰 차질을 빚을 것이다. 만기친람도 나쁘지만 수수방관은 더 나쁘다. 청와대와 정부는 작은 이해관계에 얽매이기보다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고 대범하되 세심하게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