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이러니 국정 난맥상 보이는 것 아닌가

지난 2년간 청와대의 행태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만기친람이 될 것이다. 나랏일 모두를 대통령과 청와대가 손에 쥐고 놓지 않는 만기친람은 정작 정책을 집행할 장관과 부처 공무원의 의욕을 꺾고 나아가 행정부 전체를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대표 사례가 청와대가 신념처럼 떠받들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다. 청와대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이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도 정책 폐기는커녕 수정도 입에 올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러니 공무원들은 책임질 일을 하지 말자며 복지부동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마지노선이라는 40%를 훌쩍 넘기게 된 것도 문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나라 곳간을 지켜온 재정당국의 의지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앞뒤 가리지 않는 재정확장 정책으로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다. 대통령만 힘이 센 것이 아니다. 이 정권 초기 청와대의 일개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낼 정도로 위세가 대단한 걸 떠올려보면 이른바 ‘청와대 정부’라는 말이 나와도 하나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믿고 맡기면 될 일에는 사사건건 간섭하던 청와대가 요즘 정작 앞장서 중재하고 해결해야 할 일에서는 물러나 나 몰라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법인분할은 한국 조선산업의 회생 여부를 가름하는 분수령이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하기까지 공권력은 힘없이 무너졌고 불법과 폭력이 판쳤다. 며칠간 무법천지가 이어졌는데도 청와대는 공식 논평 한마디 없이 수수방관했다. 청와대가 외면하니 산업통상자원부는 통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며 선을 긋고 고용노동부는 개별기업의 일이라며 한발을 뺀 것 아닌가. 타다 서비스 논란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몇 명씩 죽어 나가는데도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타협과 해결을 모색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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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이 끝나면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런 식으로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면 조선산업만큼 시급한 자동차산업 구조조정도 큰 차질을 빚을 것이다. 만기친람도 나쁘지만 수수방관은 더 나쁘다. 청와대와 정부는 작은 이해관계에 얽매이기보다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고 대범하되 세심하게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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