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80년대 '日반도체 죽이기' 연상되는 '反화웨이' 드라이브…최대 수혜는 삼성




현재 통산 장비 시장의 메인은 4세대(4G)다. 하지만 미래는 5세대(5G)에 있다. 5G의 경우 시장이 열린 곳은 미국과 한국뿐이다. 여기서 성과를 내야 곧 만개할 5G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나타났다. 바로 통신장비 5위 삼성전자가 5G 장비 1위(점유율 37%, 올 1·4분기, 델오로 기준)에 등극한 것이다. 화웨이(28%), 에릭슨(27%), 노키아(8%)를 모두 제쳤다. 지난해 전체 통신 장비시장 점유율과는 너무나 다른 수치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화웨이 31% △에릭슨 27% △노키아 22% △ZTE 11% △삼성전자 5% 등의 순이다. 최근 통신 장비 분야에서 삼성의 위상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결과로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화웨이 죽이기’가 결국 삼성에 큰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1980년대 중반 ‘미국의 일본 죽이기’가 연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때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는 것이다. 1980년대만 해도 반도체는 미국 1강 체제였다. 여기에 도전장을 던진 게 엘피다 등 일본업체였다. 특히 1980년대 중반 무렵에는 기술을 축적한 일본이 엔저로 가격 경쟁력마저 확보하면서 1강 체제에 본격적인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의 부상이 얼마나 위협적이었으면 일본의 반도체 수출이 ‘제2의 진주만 습격’에 비유됐다. 일본의 부상에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 미국이 회심의 카드를 빼 든다. 바로 1985년 플라자 합의다. 그 결과 플라자 합의 후 2년간 엔화 가치가 두 배나 올랐다. 플라자 합의 이듬해인 1986년에는 ‘미일 반도체 협정(1986년)’까지 있었다. 일본 내 미국산 반도체 점유율을 기존의 두 배인 20%로 높이고 저가품 수출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아 일본에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이때부터 일본 반도체가 내리막을 탔다. 플라자 합의 당시만 해도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던 삼성은 서서히 세를 불리더니 1993년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 개발에 성공해 세계 1등에 올랐다. 미국이 일본을 억지로 내리누른 결과 그 과실을 삼성이 따먹었다는 얘기다.


통신장비 시장을 보면 이런 1980년대 상황이 재연될 것 같은 양상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절대 화웨이를 그냥 둘 수 없다. 통신 산업이 국가 기간 산업이기도 하거니와 장비 내 ‘백 도어’가 숨겨져 국가 기밀을 빼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화웨이 대체재가 필요하고 삼성이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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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이미 지난해 5G를 AI, 전장, 바이오와 함께 미래 성장 산업으로 지정했다. 오는 2020년까지 장비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게 삼성의 목표다. 이 목표도 미국의 화웨이 죽이기가 노골화되기 전에 설정됐던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삼성이 20%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설정했을 수 있다. 특히 5G 전쟁의 전초전 격인 미국과 한국 시장에서 삼성이 앞서 가면서 일본, 유럽 등 앞으로 열릴 시장에서도 삼성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전 장비 시장 점유율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재계의 한 임원은 “시장을 예측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면서도 “다만 1980년대 중반 미국, 일본에 훨씬 뒤졌지만 이제 막 반도체를 시작했던 삼성이 최고로 올라섰던 것처럼 지금도 미국이 손보기에 들어간 화웨이와 유럽의 에릭슨, 노키아를 제치고 삼성이 통신장비 분야 거두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대로면 화웨이 스마트폰도 안드로이드 OS가 업데이트되지 않고 구글플레이에서 앱이 제공되지 않아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이 이미 세계 1위기 때문에 가장 큰 폭으로 드라마틱한 위상 변화를 체감하는 분야는 장비 시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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