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는 게 질병이라면) 스마트폰, 유튜브도 질병이 돼야 합니다”(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도입한 것이 적절한 지를 놓고 정치권과 학계, 산업계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례를 용납한다면 의료계가 주도하는 마녀사냥식 규제가 게임 이외의 콘텐츠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서울 삼성동 현대타워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개최한 ‘격동하는 게임시장, 봄날은 오는가’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해 WHO의 이번 결정이 과거 우리 정부가 도입했던 게임 셧다운제 논의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원래 당시엔 게임 중독이 아닌 인터넷 중독 문제에서 논의가 시작됐지만 이후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인터넷 관련 산업분야중 ‘가장 약한 고리’인 게임산업이 표적이 돼 셧다운제가 도입됐다고 그는 되짚었다. 마찬가지로 WHO의 이번 결정과정도 당초 2014년도 무렵엔 디지털기기 과대사용문제에서 논의가 시작되다가 3~4년뒤 게임과몰입을 게임이용장애라는 질병으로 분류하는 상황으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는 게임만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며 “앞으로 동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비슷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패널로 나선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에 대한 분명한 정의를 내놓지 못하고 비과학적이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임 이용을 자녀 학습이나 기업업무 효율성의 대척점에 놓고 마녀사냥을 한 것과 같은 프레임이라면 우리가 향유하는 모든 콘텐츠는 마녀사냥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도 일·쇼핑·댄싱 등에 대한 행위중독은 질병 차원에서 다루지 않는데 의료계가 유독 게임 중독만 떼어내 질병화라는 개념을 붙였다고 꼬집었다. 행위중독의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환경적 요인이므로 사회·문화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지 게임을 없앤다고 해결되는 게 아님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곽성환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문화팀장은 “(게임이용장애 같은) 특정행동을 병으로 진단하고 아픈 사람을 만들기보다는 치료에 방점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게임문화 가족캠프’ 등 문화행사 등을 적극 추진하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전국에 5개의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가 운영중으로, 향후 추가적으로 3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