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환헤지 비용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환헤지 비용 때문에 올해 자산운용 수익이 보험사별로 수백억~수천억원씩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미국의 금리 역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지만 보험업계의 실적 타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환헤지 관련 관리 강화를 재촉하며 업계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보업계의 외화유가증권 투자는 지난 3월 100조4,003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손보업계의 세 배가 넘는 규모다. 생보업계의 외화유가증권 투자는 2015년 47조8,598억원에 그쳤지만 불과 3년여 만에 117%나 급증했다.
해외 투자 확대는 내수시장 포화와 자산운용 다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막기 위한 환헤지 비용이다. 지난해부터 한미 금리 역전으로 인해 원·달러 스와프 포인트(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수치)가 마이너스가 되면서 환헤지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 1달러당 약 17원50전씩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보험사 운용자산 수익률이 대략 연 3~4%대인데 환헤지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수익을 깎아 먹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보험사 실적 감소로 이어진다. 이 관계자는 “올해 보험사별로 수백억, 수천억원씩 자산운용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외화유가증권 투자가 활발한 생보사는 한화생명(25조6,250억원·3월 기준), 교보생명(17조4,571억원), 삼성생명(16조2,023억원), NH농협생명(13조1,001억원) 순이다.
환헤지 비용이 감소하려면 앞으로 한미 금리 격차가 줄거나 한국 금리가 더 높아져야만 한다. 단기간에 풀리기 어려운 문제라는 이야기다. 가뜩이나 내수시장 포화로 성장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운용 수익까지 이중으로 타격이 가해지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리스크 관리만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3월 제1차 거시건전성 분석협의회를 통해 “외화자산 투자 등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환헤지가 대부분 단기 파생상품으로 쏠리면서 만기차가 커지는 등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만기차가 과도할 경우 요구자본을 추가 적립하게 하는 등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15·20년 만기 외화채권에 대해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 환헤지 상품을 운용하면 만기연장(롤오버)이 안 될 경우 리스크가 확정되기 때문에 장기 환헤지를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에서는 “자산운용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간섭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 환헤지는 장기보다 비용이 적다는 장점도 있지만, 앞으로 환헤지 비용이 꺾이기 시작할 때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수익을 내기 어려운 보험시장에서 건전성 규제가 조금만 완화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