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4일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공개한 사진을 살펴보면 김 제1부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집단체조 예술공연 관람을 수행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은 이날 행사에서 리설주 여사의 바로 옆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등 최룡해 당부위원장과 동격으로 당 서열이 올라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전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51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김 제1부부장이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하노이 노딜에 대한 거물급 인사의 숙청 논란은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 위원장이 정상국가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한편 미국과의 대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의 개막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했다.
앞서 일부 국내 매체는 최근 김 제1부부장이 ‘하노이 노딜’의 책임으로 근신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날 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과 부인인 리설주 여사의 바로 오른편에 앉아 있어 이 같은 보도를 정면 반박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월 9일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회담결렬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김 제1부부장 근신설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몸이 약한 김 제1부부장이 휴식을 취했다는 정보가 더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제2기 제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 당선 군부대들의 공연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김 부위원장은 이틀 연속으로 김 위원장과 함께 공식 석상에 참석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달 들어 군과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 갔다. 1일엔 자강도 일대 군수공장과 교육시설을 현지 지도했고, 2일엔 평남 종합기계공장을 방문해 공정 현대화를 강조했고 3일에는 군 부대의 공연을 관람했다. 이는 군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 내부 기강을 다잡고 내수 경제를 활성화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장기전을 대비하려는 김 위원장의 포석으로 관측된다.
중앙통신은 “최고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공연이 끝난 후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창조 성원들을 부르시어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지적하시며 그들의 그릇된 창작·창조 기풍, 무책임한 일본새에 대하여 심각히 비판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문화건설에서 문학예술부문의 창작가, 예술인들이 맡고 있는 임무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당의 혁명적인 문예정책들을 정확히 집행·관철해나가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중앙통신은 밝혔다.
이날 김 위원장의 공연 관람에는 리만건·박광호·리수용·김평해·최휘·안정수·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박태성 최고인민회의 의장, 조용원·리영식 당 제1부부장, 현송월·권혁봉·장룡식 당 부부장, 박춘남 문화상 등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