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Law&이슈] 김학의도 핵심 규명 실패...과거사위, 의혹만 키우고 '빈손'

■과거사위 대표 3건 초라한 결론

金 뇌물 혐의로만 기소·윤중천과 성범죄 공범 입증 못해

곽상도 외압 불기소 처리·한상대 유착 의혹도 단서 못찾아

장자연·용산 참사도 증거·수사기록 부족으로 사실 못 밝혀

리스트 여부·警 가혹행위 중립성 등 새 논란만 남긴채 끝나

검찰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수사 권고한 ‘김학의 사건’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뇌물수수 혐의로만 기소하고 마무리 지었다. 핵심 의혹인 김 전 차관의 성범죄와 당시 청와대 외압 여부는 기소하지 않아 논란을 남기게 됐다. 앞서 과거사위가 ‘고(故) 장자연 사건’의 리스트 존재를 규명하지 못하고 ‘용산 참사’ 사건에서 새로운 발화 원인을 찾지 못한 것처럼 이번 검찰 수사도 핵심 의혹을 밝히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청와대 주도로 야심 차게 출발한 과거사위가 세간의 관심을 모은 세 가지 사건에서 모두 ‘빈손’으로 일단락된 것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데 대해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을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의 여환섭 단장이 4일 서울동부지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권욱기자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의 여환섭 단장이 4일 서울동부지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권욱기자



◇‘별장 성접대’ 김학의 기소에 성범죄는 빠져=4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건설업자 윤중천씨만 피해여성 이씨에 대한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윤씨와 공범이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해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또 과거사위가 수사 권고한 청와대의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의 경찰 내사 외압 의혹의 경우 단서를 찾지 못해 불기소 처리했다.


수사단은 1·2차 수사 검찰 수사에서 내외부의 부당한 개입·압력이 있었다는 단서 역시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 수사팀의 부실·봐주기 수사 의혹은 직무유기 혐의의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된 탓에 실체 판단까지 나아가지도 않았다. 또 윤씨와 유착 의혹이 제기된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고검장에 대해서는 윤씨 휴대폰에 번호도, 통화내역도 없는 등 수사에 착수할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수사와 관련해서는 책임을 물을 사항을 찾지 못한 탓에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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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A26 검찰과거사위조사결과


◇장자연 리스트 존재 못 밝혀내 비판 봇물=앞서 과거사위는 장자연씨에게 술접대·성접대를 받았다는 인사들이 기재된 일명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해 조사단 내부 의견이 갈리면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장씨 작성 문건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방 사장’ 의혹도 수사 외압 외에는 추가로 확인된 내용이 없었다. 결국 과거사위는 장씨에 대한 술접대 정황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성접대나 성폭력 혐의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이 불가하다는 초라한 결론을 내렸다. 과거사위 측은 “진상조사단 조사에서 수사에 착수할 정도로 충분한 증거가 파악되지 않았다”며 조사의 한계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용산 참사 조사결과에 수사팀·유족 납득 못해=과거사위는 용산 참사 조사에서도 지난 2009년 수사 당시 핵심 규명 대상이던 최초 발화 원인이 철거민이 소지한 화염병으로 속단됐다고 봤다. 하지만 화염병 외 새로운 발화 원인을 찾아내진 못해 사회적 의혹은 여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경찰의 직무유기나 가혹행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소극적이었고 중립성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유족의 동의 없이 이뤄진 검찰의 긴급 부검이 적법하지 않았다면서 검찰의 공식 사과를 권고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팀은 이에 대해 “법원의 확정판결을 부정하는 지극히 주관적·추상적인 의심에 불과하다”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반면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측은 조사 결과에 대해 “책임자 처벌 없는 조사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해 갈등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과거사위는 경찰이나 검찰이 권한을 남용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으나 막상 조사해보니 결론이 뒤집힐 만한 게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비록 검찰이 국민들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이라는 인식을 주지 못한 탓에 시작된 과거사 정리지만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오지현기자 buzz@sedaily.com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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