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응원받는 기분” 6월 모의고사에 등장한 필적 확인 문구는?

시험 전 수험생 긴장 완화 효과도 보여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1교시 국어영역을 준비하고 있다. /오승현기자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1교시 국어영역을 준비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넓은 하늘의 수만 별을 그대로 총총”

‘6월 모의평가’에 등장한 필적 확인 문구가 긴장한 수험생들의 마음을 따뜻이 다독였다. 지난 4일 전국 2,053개의 고등학교와 400여 개의 지정 학원에서 6월 모의평가가 동시에 치러졌다. 이날 수험생들은 본격적인 시험에 앞서 필적 확인 문구를 작성했다. ‘6월 모의평가’에 사용된 문구는 김영랑 시인의 작품 ‘수풀 아래 작은 샘’에 등장하는 일부 구절인 ‘넓은 하늘의 수만 별을 그대로 총총’이었다. 해당 문구가 알려지자 한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다수 누리꾼들이 문구가 매우 감동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수험생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는 평이다.

실제 수능 및 다수의 모의 평가에서 사용되는 필적 확인 문구는 매년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은다. 심지어 시험 시작 전부터 필적 확인 문구를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필적 확인 문구는 대리시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지난 2006년 수능에 처음 도입됐으며 이후 약 13년간 시행 중이다. 시험 전 약 20자 미만의 문장을 OMR 답안지에 받아쓰는 것으로 절차에 따라 선정된다.

지난해 시행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적 확인 문구. /연합뉴스지난해 시행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적 확인 문구. /연합뉴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필적 확인 문구는 필적을 확인할 수 있는 요소가 담긴 문장으로 구성된다. 자음과 모음 등이 고르게 섞여 있는 기술적인 문장들이 주를 이룬다. 이중 수험생을 격려하고 희망을 주는 문장을 채택한다. 평가원 관계자들은 다수의 후보군 선정 이후 가장 적합한 문장을 판단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시험 출제 문제만큼 까다로운 선정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역대 수능 필적 확인 문구를 살펴보면 가장 처음 사용된 윤동주 ‘서시’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 대표적이다. 이후 ‘넓은 벌 동쪽 끝으로’(정지용의 ‘향수’),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윤동주의 ‘소년’),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윤동주의 ‘별 헤는 밤’)가 뒤를 이었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등장한 필적 확인 문구는 인상적인 문장으로 수험생들의 심금을 울렸다. 2017학년도와 2018학년도는 각각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정지용의 ‘향수’)과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김영랑의 ‘바다로 가자’)라는 문장이 사용됐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김남조의 ‘편지’)라는 문장이 등장해 지친 수험생들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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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1교시 국어영역을 준비하고 있다. /오승현기자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1교시 국어영역을 준비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엄선된 필적 확인 문구는 기존에 의도한 필적 확인뿐 아니라 더 큰 효과를 가져왔다. 시험 스트레스로 힘겨워하는 수험생들이 해당 문구를 보며 따뜻한 격려를 받은 것이다. 긴장감이 감도는 시험장 안에서 잠시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이미 수험생 생활을 끝낸 20대들은 과거 자신이 작성한 필적 확인 문구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같은 경험을 한 수험생들과 선배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수험생이 체감하는 입시 스트레스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교육부, 보건복지부에서 2015년 발표한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조사 통계’에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 스스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나타났다. 특히 고3 학생 41.4%는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다’고 했고, ‘성적 및 진로 부담’ 때문에 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김민주 인턴기자 min0704@sedaily.com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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