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5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환경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후 도심형 수소충전소를 시찰했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변함 없는 ‘브로맨스’였다. 김 지사가 대화 도중 헝클어진 문 대통령 머리를 보고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손짓하자 문 대통령은 김 지사를 쳐다 보고는 머리를 정리하며 땀을 닦았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보석으로 풀려난 후 문 대통령과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나란히 서서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돼 홍역을 치른 김 지사가 정치 보폭을 넓히고 있다. 문 대통령과 만난 그는 오는 10일에는 핵심 친문(친문재인)인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을 만난다. 김 지사는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김해 신공항 반대 상경 투쟁을 이끌기도 했다. 한때 여권의 유력 잠룡이었던 김 지사가 존재감을 회복하고 다시 날개를 달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며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지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이번이 무려 6번째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창원 방문도 다음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예상되는 부산경남(PK) 민심을 다잡고 김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 지사는 양 원장과도 10일 경남발전연구원에서 만날 예정이다. 만남의 명분은 각각 수소충전소 구축 확대, 민주당과 지방자치단체 소속 연구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이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의 행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심 법원의 무죄 판결 이후 ‘큰길로 가겠다’고 했다면 결국 김 지사는 행동으로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여권 내부에는 김 지사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기류가 강하다”며 “내년 총선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PK 지역에서 김 지사가 어느 정도만 성과를 내줘도 그의 입지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임지훈·윤홍우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