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차 中판매 19% '뚝'…강성노조에 미래차 대응마저 뒤처져

[10대 주력업종 긴급진단]

■자동차

공장가동률 하락에 구조조정 불가피

르노삼성·GM도 노사갈등 이어져

잇단 파업에 생산차질 '눈덩이'

고비용·저효율 인력구조 못벗어나




자동차 산업은 한마디로 ‘내우외환’의 상황이다.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경기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내수 부진에 더해 강성 노조로 인한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굳어지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이다. 여기에 미국이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를 매기면서 미국 수출 환경도 어려워지고 있다.

먼저 해외 시장 중에서는 중국 시장의 급격한 침체가 뼈아프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시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역성장하더니 올해 들어 하락 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현대자동차의 해외 판매는 총 142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줄어들었는데 이는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위축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실제 현대차의 올 1·4분기 중국 시장 도매 판매는 13만1,000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19.4% 급감해 주요 시장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중국 시장이 얼어붙으며 현대차는 지난달 베이징 1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기아차도 중국 옌청 1공장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의 공장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라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같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와 중국 내 자동차 수요 둔화 외에도 국내 업체들의 브랜드 경쟁력 저하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고급차 시장에서는 독일·일본 브랜드에 밀리고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현지 업체들에 추격당해 가격 경쟁력마저 잃은 ‘넛크래커’ 신세라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중국에서 과잉 설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한국 업체들은 브랜드 가치가 애매해 위기에서 벗어나기가 한층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양대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갖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앞세워 그나마 선전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1.7% 늘어난 6만6,121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연속 판매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SUV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하며 효자 노릇을 했다.


국내적으로는 경기침체보다 대립적 노사관계에 따른 생산 차질 및 생산성 저하가 더 큰 위협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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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아직 타결하지 못하고 지난 5일 전면파업에 들어간 르노삼성자동차가 대표적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부터 60여 차례에 걸쳐 250시간 이상 부분파업을 벌였고 이에 따른 생산 차질 액수만 2,800억원에 이른다. 장기 파업의 여파로 올해 위탁생산 계약이 끝나는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내년 생산량이 반 토막 나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및 이미지 저하로 올 들어 5월까지 르노삼성의 국내외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5%나 줄어들었다.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현대·기아차나 한국GM도 난항이 예상된다. 주요 쟁점인 통상임금, 정년 연장, 고용 안정 등을 두고 노사 간 견해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강성 노조에 발목이 잡혀 미래 자동차 시장 대응에 뒤지고 있는 점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비용을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투자에 쏟아붓는다는 전략이다. 미국 포드는 최근 전 세계 사무직의 10%인 7,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고 독일 폭스바겐도 5년간 관리직 7,000명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역시 북미 공장 5곳 폐쇄와 전 세계에서 1만4,000명 감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인위적 구조조정 대신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로 인력 감축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노조는 인력 1만명 충원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무역분쟁 여파도 커지고 있다. 기아차는 현재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에 생산 공장을 가동해 K3 등 세단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약 30만대) 중 12만여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근 40%다. 멕시코산 자동차에 관세 5%만 인상해도 기아차 멕시코 법인의 순이익은 10억원 이상 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멕시코에서 생산된 차는 미국을 제외하면 중남미 국가로 수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이 지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물량을 돌리는 것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개월 뒤로 결정을 미룬 수입차 관세도 국내 완성차 업계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국이 예외 국가에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전기차 등에 관세를 매겨 미래 자동차 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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