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오죽하면 노조원들이 파업 지시 거부하겠나

르노삼성 노조 조합원 중 상당수가 집행부의 파업지시를 거부하고 공장 정상가동에 나서는 일이 발생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5일 오후 조합원들에게 ‘별도의 지침이 있을 때까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르노삼성 측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부산공장에서는 절반 이상 직원들이 출근해 공장을 가동했다고 한다. 초강성 노조가 지배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에서 노조원들이 집행부의 파업지시를 무시한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노조가 조합원들의 현실적 이해를 외면하고 벼랑 끝 전술을 고집하는 무리수를 두자 불안을 느낀 조합원들이 집행부에 등을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 임단협은 연간 10만대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출물량 확보가 걸린 문제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수출용 위탁물량 배분에서 누락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가뜩이나 미중 통상전쟁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며 자동차 소비가 줄어들어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런 때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 조짐을 보이고 있으니 어찌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지 않겠는가. 르노삼성 조합원들이 파업 지시를 거부한 것은 이 같은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 그러잖아도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미래차 등장으로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생산공정이 단순한 미래차 생산이 늘어나면 제조라인에 투입되는 인력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 변화에 대처하려면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런데도 노조 집행부는 회사의 장래를 걱정하기는커녕 파업만 독려했으니 노조원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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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동차 업계가 처한 현실은 한발만 삐끗하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제 자동차 노조들도 넓은 안목을 갖고 노동운동을 해나가야 한다. 르노삼성 노조는 터무니없는 폭주 운전을 중단하고 회사의 생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그것만이 공멸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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