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초동 야단법석] 판사 임종헌, 피고인 되자 재판 불공정 주장

법조계 "재판 신뢰 판사가 떨어뜨려" 지적

임종헌, 재판장 콕 집어 "불공정" 문제제기

재판부 기피 사유서 제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연합뉴스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연합뉴스



소송에 넘겨져 재판을 받게 된 당사자는 법대에 앉아있는 판사를 보며 복잡한 감정이 든다고들 말한다. 특히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은 판사의 말 한마디에 본인의 운명이 결정되는 만큼 긴장한다. 당사자 입장에서 때론 억울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법관의 독립성’이 법적으로 보장되므로 판결은 오롯이 판사의 재량에 속한다. 검사와 변호사도 재판이 불공정하다고 느낄 때가 있지만 섣불리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혹여라도 재판부의 심기를 건드려 불리한 결과가 나오진 않을까 우려해서다.

‘법관의 독립성 보장’은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할 때 외부의 압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판사의 재량권이 넓게 인정된다는 점에서 판결을 놓고 종종 공정성 시비가 생기기도 한다.


이달 5일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재판부 기피를 신청했다. 임 전 차장 측은 A4용지 106페이지 분량의 사유서를 제출했다. 재판부 기피 신청의 이유는 ‘담당 재판부인 형사합의36부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지난달 13일 추가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발부되면서 재판부와 임 전 차장 간 갈등이 격화한 탓이다. 구속 만기 예정이었던 임 전 차장은 6개월간 다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구속영장의 범죄 사실은 지난 1·2월 순차적으로 추가 기소된 건이다. 임 전 차장은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 현안 해결에 도움을 받으려고 서영교·전병헌·이군현·노철래 등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재판 민원을 들어준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풀려날 경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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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출신인 임 전 차장이 재판부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재판 기피 신청을 하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판사로 임용된 후 엘리트 코스만 밟으며 승승장구 해 온 임 전 차장이 피고인 석에 앉게 되고 나서야 피고인과 변호사·검사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 아니냐는 의미다.


임 전 차장 측은 재판부 기피 사유서에서 “재판장 윤종섭은 5월 13일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과정에서, 공판·증인신문 기일지정 등 재판 진행 과정에서, 증인신문 과정에서 소송지휘권을 부당하게 남용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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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어떻게든 피고인을 처단하고 말겠다는 오도된 신념 내지 사명감에 가까운 강한 예단을 가지고 재판 진행을 했다”며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 측은 특히 지난달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던 날 공판이 진행 중이었음에도 윤 부장판사가 결과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언론 보도로 그 사실을 접했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피고인의 인신에 대해 중대한 결정을 하면서도 공판에 참석한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결정이나 구속영장의 주요 내용을 고지조차 않은 채 추가 영장을 발부했다는 주장이다.

임 전 차장 측은 윤 부장판사가 한 모임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들을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제보도 받았다며 “그것이 과연 근거 없는 헛소문에 불과한지도 의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임 전 차장의 재판부 기피 신청 사건을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에 배당했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제시한 기피 사유가 타당한지를 따져 재판부를 바꾸는 것이 옳은지 판단하게 된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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