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영등포 당사에 마련된 일일 키즈카페에서 일일 보육교사로 변신했다. 취임 100일 후 연이은 ‘여성·청년’ 끌어안기 행보로,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당은 이날 영등포 당사 2층에 일일 키즈카페를 열고 만 5세 이하 아이를 키우는 당원들을 초청, ‘자유한국당 육아파티’를 진행했다. 아이용 매트가 깔린 바닥에 ‘인형의 집’, 풍선, 장난감 자동차, 유아용 풀장 등으로 실제 키즈카페처럼 꾸며졌다. 한쪽에 차려진 ‘육아나눔터’에서는 옷, 신발, 가방 등을 전시해놓은 바자회도 열렸다.
황 대표는 가슴에 ‘당대표 황교안’ 명찰을 단 채 회색 정장에 연분홍 색깔의 셔츠 차림으로 등장했다. 황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출산과 육아를 하는 엄마는 영웅이고, 요즘은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도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황 대표는 자신도 ‘손주가 넷’인 할아버지라고 소개하면서 “은행에서 일하는 둘째 딸이 육아휴직 중이고 11월께 복귀해야 하는데 벌써 걱정이 많이 된다”며 “육아·보육 정책이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고, 여성들의 일 가정 양립은 큰 숙제”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이어진 토크쇼에서 손주의 기저귀를 갈아본 경험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회자가 황 대표에게 ‘국민 할배로 등극했다’고 하자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황 대표는 ‘남자 화장실에는 기저귀 갈이대가 없어 육아는 엄마만의 몫이라는 편견을 강화한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남자 화장실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당의 정책으로 세워서 변화시키겠다”고 답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실내에서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실내 놀이시설을 확충해달라는 요구에는 “유휴공간을 활용하면 길이 있을 것”이라며 “꼭 해야 하기 때문에 무모해 보이더라도 과감하게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기획한 신보라 의원은 “출산 후 남편이 한 달간 육아휴직을 받아 함께 아이를 돌보고 나니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꼈다”며 “출산 후 몸도 가장 힘들고 외로움을 많이 느낄 때 아빠의 육아 공동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이어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5인 이하 소기업은 거의 쓰지 못하는 게 현실로서 육아휴직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의원은 돌 지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지난해 헌정 사상 최초로 45일간 출산 휴가를 냈다가 복귀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날 행사에는 연세대 의과대 정신과학교실 교수인 신의진 전 의원도 참여해 육아 고민 상담에 나섰다.
황 대표는 이날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제는 엄마 혼자서 아이를 보는 사회에서 부모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선진사회로 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구석구석 챙기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