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시늉만 낸 가업상속공제 개편…稅혜택은 손도 안대

업종·자산유지 10→7년으로 단축

중견 고용의무 120→100%로 줄여

중분류내 업종변경도 허용됐지만

부 대물림 비판에 공제기준 유지

업계선 "체감 어려운 수준" 비판

홍남기(오른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오른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는 중소·중견기업의 업종·자산·고용 유지의무 기간이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든다. 또 상속·증여세를 최대 20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는 연부연납 특례제도를 현행 3,000억원 미만에서 모든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한다. 하지만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업계에서 요구한 대상 기업 기준(매출액 3,000억원 미만)과 공제한도(최대 500억원)는 손대지 않아 ‘반쪽짜리’ 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에 여야 의원들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어 향후 세법심사 과정에서 병합심리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정부가 몸을 사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1일 당정협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개편안을 반영한 뒤 오는 9월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몸 사린 정부=개편안은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기간 요건을 7년으로 완화하고 업종 변경 범위도 기존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 내에서 중분류 내까지 허용했다. 중분류 범위 밖으로의 업종 변경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승인을 받아 가능하도록 했다.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상속 당시 정규직 근로자 수의 120% 고용유지 의무를 100%로 완화한다. 사후관리 기간 내 자산처분에 대해서도 불가피한 경우 예외사유를 추가하기로 했다.


피상속인의 경영·지분보유 기간은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상속인의 상속 전 2년간 가업 종사 요건도 없앤다. 단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이 상속 기업의 탈세 또는 회계부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가업상속공제에서 배제하거나 사후 추징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까다로운 요건 탓에 가업상속공제의 연간 이용 건수와 금액이 지난 2017년 기준 91건, 2,226억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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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 효과 체감 어려워=업계에서는 요건 완화에 따라 기업인들이 부담을 다소 덜게 됐지만 일부 비판을 의식해 반쪽 개편을 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인건비 총액’을 함께 고려하는 식으로 고용유지 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고 중견기업계는 대상 기업이 확대되지 않아 의미가 없다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중공업 기자재 관련 중견기업 A사의 김대원(가명) 회장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로 끝났다”며 허탈해했다. 김 회장은 “저처럼 나이가 70대에 접어들어 승계냐 매각이냐를 빨리 결정해야 하는 중견기업인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개편을 하려면 좀 더 많은 기업에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게 중요하지 3,000억원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정부가) 고집을 부리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기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인식하는 맹목적인 반기업정서에 (정부가) 흔들린 결과로 보여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경총은 “기업승계를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규제 완화 효과 자체를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논평했다.

◇국회 논의에서 사전 증여 특례 등 반영해야=중소·중견기업인 사이에서는 ‘사전 증여’ 요건 완화를 담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전 증여가 활성화돼야 계획적인 ‘후계자 교육’이 가능한 까닭이다. 건설 기초소재 분야 중소기업 B사의 오재원(가명) 대표는 “돈이 아니라 기업을 물려주는 것인데 계획된 승계가 낫지 않겠냐”면서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이 부분이 재논의되기를 기대한다”고 씁쓸해했다. 아울러 중소기업계는 고용 유지 조건에서 인원 수가 아닌 급여 총액 유지 방식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묵살됐고 자산 유지 의무에서도 처분 자산을 가업에 재투자하면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고용과 자산 유지 조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피상속인 최대주주 지분요건 또한 비상장법인 40% 및 상장법인 20% 이하로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가업상속공제대상 기업의 매출액 기준을 놓고 막판까지 당정 간 이견을 보였던 만큼 국회 논의에서 대상 기업의 수와 혜택을 늘리자는 요구가 나와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회에는 매출액 기준을 2,000억원으로 낮추는 안에서 5,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대폭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다수 발의돼 있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기업상속은 고용과 투자를 살리고 히든챔피언과 장수기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앞으로는 사전 증여에 관한 논의와 함께 상속세율 자체를 감면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맹준호·심우일기자 세종=황정원기자 next@sedaily.com

황정원·맹준호·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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