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짝퉁

- 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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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물낯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인간을 창조해 냈지만

인간은 물낯을 굽어보며

자기 모습 그대로

신을 만들었다

그래서

지상의 지금에는

본래 하나였던 신이

인간처럼 수없이 많아졌다




저마다 섬기는 신의 얼굴이 다른 까닭이군요. 신을 베낀 인간을 다시 베꼈으니 신이 인간의 부족만큼이나 많았던 까닭이군요. 짝퉁이라 너무 나무라지 마셔요. 최선을 다해 신을 닮은 자신의 모습을 섬기고 있으니까요. 진달래가 진달래의 신을, 철쭉이 철쭉의 신을 상상하는 걸 탓하지 마셔요. 청개구리가 청개구리 닮은 신에게, 두꺼비가 두꺼비 닮은 신에게 경배하는 걸 경멸하지 마셔요. 신이 저마다의 물낯에 비친 모습으로 현현하는 것은 얼마나 즐겁고 풍요로운 일인가요. 진달래에게 철쭉 신을, 철쭉에게 진달래 신을 강요하는 거야말로 진달래와 철쭉을 따로 만든 신의 뜻이 아닐 거예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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