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12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는 수출 부진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곳곳에 드러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투자가 둔화하면서 14개월 연속 제조업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고 주휴수당을 피하려는 자영업자가 일명 ‘쪼개기 고용’에 나서면서 초단시간 근로자가 역대 최대 규모로 급증했다.
일자리 구하기 자체를 포기해 실업자로도 잡히지 않는 구직단념자(53만8,000명)가 역대 최대로 늘었는데도 전체 실업자는 114만명을 넘어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0년 이후 5월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실업률도 4.0%로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취업자 증가폭 20만명대 회복, 고용률 역대 최고치와 같은 긍정적인 지표에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고용지표를 산업별로 보면 정부 재정이 떠받치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2만4,000명)이 전체 취업자 증가폭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제조업 취업자는 7만3,000명 줄어 전달(-5만2,000명)보다 감소폭이 더 늘면서 14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사상 최장 기간 감소다. 구조조정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반도체, 유무선통신장비 관련 전자부품 등 주력 품목의 수출·투자까지 빠르게 둔화한 결과다. 제조업 위기는 30·40대 고용 부진 심화로도 이어졌다. 특히 40대는 취업자 수가 17만7,000명 줄고 고용률도 0.7%포인트나 떨어져 16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제조업 일자리 부진이 40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어 40대의 고용 회복이 더딘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인 숙박·음식점업(6만명) 취업자는 전달보다 늘었고 도·소매업(1,000명) 취업자는 18개월 만에 증가로 돌아섰다. 하지만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주당 15시간 미만 취업자가 29만3,000명 급증해 134만명을 넘어선 것과 겹쳐보면 마냥 낙관할 일은 아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라 주휴수당 부담을 피하려는 자영업자가 ‘7시간·2일’이나 ‘3시간·5일’ 식으로 쪼개기 고용에 나선 결과로 볼 수 있어서다. 정 과장은 “지난달 청년층 취업자는 주로 음식점업으로 유입됐다”며 “지위별로는 임시직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단기 아르바이트’가 대부분이었다는 뜻이다. 정부가 “정책효과 등에 힘입어 청년고용이 개선되고 있다”고 자평한 것과는 정반대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